어느 사장 의원님의 국감|김진국<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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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판사는 자신이 직·간접으로 관계되는 사람에 대한 재판은 맡지 않는다. 공정한 심판을 그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경우는 그와는 다를지 모른다. 오히려 각 이익집단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나라 건 국회의원상대 로비가 성행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몇 개 상위를 보면「전문성」을 빌미로 자신, 혹은 가족의 사업과 직접 관련된 상위에서 의심스러운 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건설 위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어느 야당의 경우 위원 5명중 3명이 건설업, 또는 부동산업을 하고 있고 1명은 친형이 건설업을 하고 있다.
다른 야당에도 5명중 2명이 부동산업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야당의원 1명도 건설업을 하고 있다.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이들이 모두 사리를 앞세운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난해 부동산투기와 관련한 토지가 공시에 관한 법률을 말썽 끝에 알맹이를 빼고 통과시킨 일이나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자기 당 소속의원들에게 토지공개념 확대도입에 반대하면 상위를 바꾸겠다고 경고까지 한 것을 봐도 일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의원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더욱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19일 인천시를 감사하는 1반에 속한 이인구 의원(공화)이 하루만 같은 공화당 소속 최무룡 의원과 바꿔 대전시를 감사하는 2반에 합류한 것이다.
대전, 충남-북 지역의 국감자료를 보면 많은 의혹을 사고 있는 대부분의 수의계약이 이 의원이 회장으로 있고 충청지역 최대건설회사인 계룡 건설과 맺어진 것임을 보면 단순히 지역연고 때문 만이라 할 수 없다. 이 의원은 충남·북 감사 때는 다시 1반으로 복귀한다. 때문에 2반의 동료위원들은『대전시감사에는 이 의원을 현장에서 증인으로 세우자』고 뼈 있는 농담을 나눴고 일부 위원은 최무룡 의원에게 반을 바꾸지 말 것을 종용했다.
동료의 면전에서 비리를 들출 수도 없고 명백한 자료를 눈감고 넘어갈 수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의원이 국민의 이익이 아닌 사익의 보호를 위해 이처럼 체면을 무릅쓴다면 국정을 심의하려고 국회의원이 된 것인지 국회의원 배지를 사업에 이용하자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의 대표로 절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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