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희고 환한 살빛 둥근달의 경외로움 표현|『성터에서』역사와 허무함을 기도하는 자세로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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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흔히 문화·예술의 세계성을 말하지만 가장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시는 시조이며 이는 한국 서정시의 고향이자 전통시의 주류로서 오늘에 이른다.
전통 시란 곧 전통적 시정신에 입각하여 통시적으로 계승·전개되어온 민족적 정서를 노래한 시로서 향토적인 정서를 곧잘 내포한다.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까 해 이번에는 국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습작시조를 선해보았다. 남궁현경의<보름달>은 한가위를 맞는 절기의 시의를 탄 제목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일반적인 예측을 벗어나고 있는데 새로움과 시적 기량이 엿보인다.
아무리 감추러 해도 드러나는 살빛, 그 희고 환한 살빛을 작자는 그려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가릴 수 없는 가슴의 사연흰빛의 지순함에 오히려 떨리는 붓끝의 경외로움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 하겠다.
김광자의<먹을 갈면서>도 그 정신세계의 지향하는 바는 같다. 그러나 삶의 성실성과 의지적 지향이 보다 자아의 인식상황에 바탕하고 있는 작품으로서 선명하게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다.
박지연의<성터에서>는 역사의식을 안으로 갖춘 작품으로서 소재 역시 역사적인 유적이다. 역사적인 유적이나 유물을 시의 오브제로 할 때 범하기 쉬운 것이 회고의 정이나 감상으로 떨어지기 쉬운데 이 시조는 이를 잘 극복하여 역사적인 허무의식을 기도하는 자세로 극복하고 있다.
윤여익의<고향>은 전통적 정서라기보다는 향토적 정서를 구체적 심상으로 표현함으로써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다. 특히 종장의 경우는 많은 의미를 함축한 빼어난 귀절이라 아니할 수 없다. 모두 정진하기 바란다. 김제현<시조시인·장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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