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 대표작『수용소 군도』|소서 16년만에"햇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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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대표작『수용소 군도』가 최근 소련에서「합법적」으로 출판됐다.
솔체니친이 소련에서 추방 된 지 15년, 그리고 이 책이 서방 세계에서 출판된 지 16년만에 그의 조국에서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로 대변되는 소련의 자유화·개방화정책이 빚어낸 또 하나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이번『수용소 군도』의 출판은 한 출판업자의 집념의 결실이었다.
현재 소련 문단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노븨 미르』지의 편집자 세르게이 잘리긴이 바로 그 장본인.
금년 75세의 갈리긴은 지난 1년여 동안 레닌과 레닌주의에 의한 소련체제를 비난한 이 작품을 인쇄하기 위해 고위 당 간부들과 끈질긴「투쟁」을 해 왔으며 드디어 지난 8월말『노븨 미르』지가 이 책을 출판해도 좋다는 고르바초프의 허가를 받아냈다.
그간 솔제니친의 작품들은 흐루시초프에 의한 일시적 해빙기였던 지난 60년대 초 일부 출판이 허용됐으나 60년대 중반부터는 일체 출판이 금지됐다. 이에 따라 지식인들은 불법복사판으로 솔제니친의 작품을 몰래 읽어야 했다.
물론 최근 몇 년 사이에 체제 비판적 성격이 비교적 약한 몇몇 작품들이 출판되긴 했으나 이번『수용소 군도』의 출판으로 솔제니친은 이제 완전 해금되는 셈이다.
또『노븨 미르』지는 이 책을 출판함으로써 소련 문단에서의 위치가 더욱 확고해졌다.
『노븨 미르』지는 스탈린의 공포정치 시대부터 흐루시초프·브레즈네프, 그리고 고르바초프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브레즈네프의 자기미화 작품인『작은 지구』를 발간하면서, 때로는 폭압정치의 잔학상도 소개하면서 소련의 최고 문학잡지로 성장했다. 솔제니친도 언젠가 이 감지를『소련문학 유일의 심판자』라고 쓴 적이 있다.
어쨌든 이번『수용소 군도』의 출판으로 그간 금지됐던 솔제니친의 작품들이 속속 출판될 예정이어서 소련문학계는 물론 독자들 사이에「솔제니친 바람」이 한바탕 불 것으로 전망된다.
『노븨 미르』지는 내년에도 솔제니친의『암 병동』과『첫번째 서클』을 출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노븨 미르』지가 솔제니친 작품을 출판한데 자극 받은 경쟁 문학지와 출판업자들도 금년말과 내년에 걸쳐 그의 소설과 서한문들을 대거 출판할 계획으로 있다.
한편 현재 미국 버몬트주에서 망명생활을 하고있는 솔제니친은 자신에 대한 이러한 복권에도 불구하고 귀국을 거부하고있다.
그러나 소련작가 동맹이 최근 솔제니친에게 회원자격을 다시 주는 등 그가 조국을 떠났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작품출판을 계기로 솔제니친의 소련방문이 이뤄질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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