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한 아르바토프 박사 연설_소"북한 무력침략 지원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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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련은 북한의 어떠한 무력침략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서기장의 외교정책 입안자인 아르바토프 박사(66·미-캐나다연구 소장)가 11일 밝혔다.
아르바토프 박사는 이날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소련의 신 사고와 아태지역의 협력문제」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히고 소수민족독립 요구 등 최근의 소련 내 소요사태는『레닌의 착각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동구권 국가사이에 불고 있는 자유화바람 역시 이들 국가에 대한 소련의 판단이 잘못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아르바토프 박사는 이어『한국과의 관계정상화는 현 단계로는 어려운 일이지만 양국 모두가 이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는 만큼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아르바토프 박사가 11일 힐튼호텔에서 가진 한 소세미나에서 주제발표 후 가진 질의 응답의 요약이다.
-페레스트로이카를 비롯한 이른바「신사고」에 대한 소련국민의 지지도는 어느 정도인가.
『군부를 포함한 일부에서 이를 반대하는 계층도 있다. 그러나 지지층이 훨씬 더 많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다. 다만 군비 축소에 따른 군사시설의 민수전환 등에 당장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북한에 대한 소련의 진심은 어디에 있는가. 여전히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지 않은가.
『한반도라고 해서 소련이 특히 북한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도 우방이 있듯 소-북한관계도 비슷한 처지다.
소련은 북한의 어떠한 무력침략도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소련은 페레스트로이카 추진 이후 군비증강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극동 지역에서는 더 그렇다. 소련은 한반도의 비핵지대를 찬성하며 핵무기확산을 막을 것이다.
-한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한 견해는.
『서울에 설치돼 있는 소련무역 대표부에서는 실제적으로 영사업무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무역대표단의 서울파견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체는 양국 상호간 양해하에 약속도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영향권에 있던 동구 일부국가와 발트3국에서 최근 심상찮은 움직임이 있는데.
『레닌의 착각에 따른 희생을 요즘 들어 치르고 있다. 볼셰비키혁명 이후 소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 동구문제 해결에 자문 역할을 하려했던 것은「환상」이었다. 발트3국에는 자치권을 이미 주었어야 했다. 합법적인 자립, 예컨대 경제적자립 요구 등은 받아들여야한다고 본다.
-그밖에 한국정부 및 기업인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소련국민들은 한국이 대소 진출에 있어 보다 적극성을 띠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또 기왕 설치 돼 있는 소련의 서울 무역대표부를 활용해 소련 측에 더 많은 한국관련 자료 및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양국간에 진정한 의미의 교류가 트일 것이다.
-l일본 미국 등과의 관계개선책을 갖고 있는가.
『일본과는 구나시리 등 북방 4개 도서의 영토반환 문제가 최대의 현안이다. 그러나 이는 비현실적인 문제이므로 우선은 다른 쪽에서부터 관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과는 관계개선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데 점진적으로 추진해 갈 경우 바람직한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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