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은 가난과 고쳐주지 못한 가족들의 병마뿐이다. 직장생활에 충실하다보니 가정에 소홀했던 점을 용서 바란다.
9일 새벽 서울 마포경찰서 신흥파출소 임종은 경장(50)은 가족과 경찰에 유서2통을 남기고 28년의 경찰생활을 자살로 마감했다.
임 경장은 유서에서 박봉, 희망이 없는 장래, 인간대접 못 받는 경찰관생활에 대한 회의,아내의 병치레 등을 자살원인으로 밝혔다.
61년 군 제대 후 경찰에 투신, 줄곧 파출소 근무만 해온 임 경장의 지난달 봉급은 수당포함 47만3천원.
황해도출신 실향민인 임 경장은 근무우수 등 공적으로 내무장관 표창 등 15차례의 크고 작은 표창을 받아온 모범 경찰관이었으나 유족에게 남긴 것은 서울 이촌동 20평짜리 공무원아파트 1채와 대학교육을 시키지 못한 두 아들, 완쾌되지 못한 병상의 아내뿐이었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는 자책과 번민, 화해 및 용서로 일관 돼 있었지만 파출소 측에 남긴 유서는 마치 재야운동권 인사의 양심선언서와 같다.『박봉으로 병든 아내와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다보니 남은 것은 짜증뿐이었습니다.『한정된 파출소근무 인원에 날로 늘어나는 치안수요, 무보수 시간외 근무에도 소임만은 다하려다보니 남은 것은 건강악화 뿐이었습니다.
『정부당국이 경찰관들을 사람으로 대접,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여건조성을 부탁드립니다.
장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는 경찰관 가장은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목숨으로 대신한다고 밝혔다.
요령과 술수 없이 무능하다는 비난(?)을 받으며 피해의식·죄의식 속에서 한으로 점철 된 경찰관생활을 공직자생활에서는 범죄로 인정되는 자살로 마감한 임 경장.
28년간을 한 직장에서 성실히 봉사한 동료를 추석 밑에 저 세상으로 보낸 동료경찰관들은 이 사건을 단순 자살사건으로 애써 덤덤히 받아들일 뿐이었다.<김우석 기자>김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