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단계 갖춰 통일에 현실적 접근|북한입장 고려 인구비례 고집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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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포함하여 그동안 각계에서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통일론의 최대공약수를 추출, 그 기둥 위에 민족공동체라는 지붕을 덮은 포괄적인 내용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정부의 통일방안은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에 대응하기 위해 그때 그때임시변통으로 내놓았거나 통일로 가는 중간과정을 무시한 곁만 그럴듯해 보이는 제안을 해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과거 우리의 통일방안은 북한과 경제·사회·문화적 교류를 통해 점차 정치적 통합으로 발전시킨다는 기능주의적·단계론적 접근이 근간을 이루었다.
새 통일방안은 이러한 기능주의적 통일론을 배경에 깔고 있으면서 북한의 연방제등 정치적 통합방식도 과감히 수용하고 있다.
즉 남북각료 회의 산하의 5개 상임위에서 군축문제와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문제를 협의하고, 남북정상 회담에서 상호불가침에 관한 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등 북한의 정치적 통합접근 방식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다.
새 통일방안은 특히 통일의 중간단계를 중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분단4O여 년 간 쌓여온 남북간의 불신과 갈등을 고려할 때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숨에 통일국가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감상에 치우친 명분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새 통일방안은 총선거를 통해 통일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기존 통일방안과 맥을 같이하지만 각료회의와 평의회를 남북동수로 구성하고 총선거에서 인구비례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의 입장을 살려주고 있다.
그러나 새 통일방안은 ▲통일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자유와 인권보강을 촉구하고 있고 ▲남북연합 등 통일논의 진행의 시발점으로 현재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는 남북정상 회담 실현을 내세우고 있으며 ▲통일국가의 미래상으로 민주공화국과 복수정당제 등을 주장하고있어 북한이 당장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 통일방안은 대 북용이면서 동시에 국내 통일론을 정리, 한계를 그었다는 점에서 대내용을 겸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김두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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