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운지] "한국의 자수, 보석 디자인에 영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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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디자이너인 주한칠레대사관 참사관 부인 아쿠냐 여사(中)가 보석 제작을 도와주는 멕시코대사관 무관 부인 비비아나 여사(左), 둘째 아들 크리스토발과 함께 전시회를 앞두고 보석들을 정리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19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의 한 외국인 전용 아파트. 주한 칠레대사관의 하이메 알리엔데 참사관 자택은 이곳에서 열린 '보석 디자인 전시회'를 보기 위해 모인 각국 외교관 부인들과 한국인들로 북적였다. 알리엔데 참사관 부인인 히메나 아쿠냐 여사가 디자인한 수십종의 목걸이와 귀걸이가 흰 천이 깔린 긴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쿠냐 여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의 자수와 일본의 전통 문양을 응용한 '동.서양의 만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정.옥.산호.진주 같은 보석들을 조개껍데기나 준보석과 매치해 다양한 질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그는 직업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파나마와 일본에 각각 5년 거주했고, 한국 생활은 만 4년째다.

한국의 자수는 친한 한국인에게 개인적으로 배웠다. "한국의 자수가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돼 보석 디자인에 응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파나마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꽃꽂이 전문가를 거쳐 보석 디자이너로 세 번째 변신을 시도했다. "해외에서 거주하는 동안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도전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하는 그는 일본에서 배운 꽃꽂이 솜씨도 전문가 급이다. 5월에 열린 고양 꽃박람회 국제 부문에 작품을 출품, 동상을 받기도 했다. 아쿠냐 여사는 "다른 나라에 살 때 마다 그곳의 전통 문화를 배워 작품에 적용한다는 원칙을 크리스마스 장식.꽃꽂이.보석 디자인에 꾸준히 적용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22년간 취미로만 보석을 만들어오던 그는 1년 반 전부터 전문 보석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자택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강좌를 열다가 이번에 처음 전시회를 열었다.

첫 보석 전시회를 앞두고 온 가족이 지원에 나섰다. 둘째 아들 크리스토발(18)과 셋째 아들 하이메(15)도 엄마의 디자인에 맞춰 보석을 줄에 꿰는 일을 도왔다. 알리엔데 참사관은 초청장을 직접 만들고 지인들에게 발송했다.

"19년의 결혼생활 동안 남편은 언제나 제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 했어요. 직접 표현하지 않지만 느낄 수 있답니다. 이번에도 아시아태평양공동체(APEC) 관련 일로 2주간의 베트남 출장을 앞두고 있는 바쁜 와중에서도 밤늦게까지 초청장 발송을 도와줬어요."

한국에서의 주재 기간이 1년 반 남은 그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그는 "한국인들은 미적인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고 답했다.

칠레의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큰아들(25)은 방학 동안 서울에 들를 때마다 대형서점에 가서 그래픽 디자인 관련 책들을 산더미처럼 사간다고 한다.

그는"특히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전통과 현대적인 스타일을 결합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실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최지영 기자<choiji@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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