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World] 이스라엘이 왜 레바논을 공격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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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주민들이 19일 이스라엘군의 집중 공습으로 폐허가 된 도심 상가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공습으로 이 지역에서만 5명이 숨졌다. [나바티예(레바논)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전투기.함선.탱크.야포에서 발사된 미사일과 포탄 수천 발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무장단체들은 로켓포와 미사일로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시작된 양측의 교전으로 벌써 250여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어요. 왜 이런 충돌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

1 이스라엘은 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포탄을 퍼붓고 있나요.

6월 25일에는 인민저항위원회(PRC)라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가자지구에 있는 이스라엘군 초소를 습격해 2명을 살해하고 1명을 납치했어요. 이달 12일에는 레바논의 최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병사 2명을 납치했고, 이를 추적하는 이스라엘 군인 8명을 죽였어요. 이들 무장단체는 이스라엘 내 감옥에 있는 아랍 수감자 2000명과 포로를 맞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군사적 보복을 감행하고 있지요. 이것이 이번 사태의 표면적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중동 이슬람 세력과 이에 맞서는 이스라엘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 무장단체가 납치해 간 병사를 풀어주면 문제가 해결되겠네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레바논 정부조차도 납치한 이스라엘 병사들을 풀어주라고 이들 무장단체에 촉구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헤즈볼라와 PRC 모두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번 납치 행위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레바논 일부 지역 강제점령에 대한 저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3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한다는데요.

이스라엘은 정당한 자위권 사용이라고 주장합니다. 자국 영토나 군시설을 침입해 도발한 세력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지난해 8월 점령 중이던 가자지구에서 철수했고, 현재 추가적인 평화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장단체가 이스라엘군을 공격한 것은 안보를 위협하는 전쟁행위라는 입장입니다. 아랍권에 둘러싸여 있는 이스라엘은 작은 도발이라도 강력하게 응징해 국가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그동안 계속 보여왔습니다.

4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정부는 휴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왜 이루어지지 않나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나 레바논 중앙정부는 이들 무장단체를 통제할 능력이 없습니다. 오랜 점령과 전쟁 등으로 무장단체가 가자지구나 레바논 남부를 '국가 안의 국가'처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어요. 특히 레바논 남부 전체를 차지하는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규군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요.

5 시리아.이란이 이번 사태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데요.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지요. 중동 내 강경 국가인 이 두 국가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심각하게 대립해 왔지요.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시리아가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몰아세우고 있어요. 실제로 헤즈볼라는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두 국가는 레바논에 전면전이 발생하거나 이스라엘이 두 국가를 공격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요. 특히 시리아가 문제인데요. 팔레스타인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리드 마슈알이 거주하고 있어, 이스라엘이 선제공격할 수 있습니다.

6 국제사회가 나서야 하지 않나요.

그동안 네 차례에 걸친 전쟁에 이어 '제5차 중동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사회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유엔과 유럽연합(EU)은 협상단을 파견하고, 평화유지군을 레바논에 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만큼은 '테러 세력'을 완전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13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표결이 있었지만 미국만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7 그러면 해결 방안은 있나요.

일단 이번 사태를 일으킨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납치한 이스라엘 병사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아니면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나서 평화유지군 파견 등 국제사회와의 협상이 진행돼야겠지요. 그렇지만 이러한 조치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것입니다. 앞으로 분쟁을 막으려면 이스라엘이 우선 양보해야 합니다. 모든 점령지에서 철수하라는 1967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따르는 것이지요. 그리고 팔레스타인 국가가 설립되고 양측이 공존해야 합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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