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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국민 취미 우표 수집…정권의 노림수였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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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호 21면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최근 출간된 신간 중 여섯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비에른 베르예 지음
홍한결 옮김
흐름출판

1981년 6월 25일의 한 장면이 기억난다. 서울의 한 우체국 앞에 새벽부터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전두환 대통령 아세안 5개국 순방 기념 우표를 사려는 인파였다. 그 시절 우표 수집은 ‘국민 취미’였다. 1840년 영국이 찍은 세계 최초 우표(일명 ‘페니 블랙’)가 얼마라는 둥, 1884년 나온 한국 최초 우표(일명 ‘문위’)가 얼마라는 둥, 지금 구매하는 이 우표가 몇 년 후 얼마가 될 거라는 둥, 우표를 모으며 부자 되는 꿈을 꿨다.(참고로 전지 기준 액면가 1000원인 해당 기념 우표는 요즘 2000원에 거래된다)

노르웨이 출신 건축가인 저자(65)의 취미도 우표 수집이다. 수집 기준이 좀 독특하다. ‘페니 블랙’ 이후 지구 위 모든 국가와 정권에서 발행한 우표를 하나씩, 그것도 사용한 것(소인이 찍힌 것)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그 ‘오래된 우표’ 중에서 지금은 ‘사라진 나라들’이 발행한 것만 뽑아, 이에 얽힌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근대적 우편제도는 ‘페니 블랙’과 함께 시작됐다. 이 책도 1840년부터다. 영국과 청나라의 아편전쟁이 발발한 해다. 유럽 제국이 식민지를 찾아 전 세계를 들쑤시고 다니던 시절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해에 따라 전 세계에 마음대로 국경선을 긋고 식민 정권을 세웠다. 우표를 발행하는 건 국가(정권)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일이다. ‘사라진 나라들’이 발행한 ‘오래된 우표’는 그렇게 생겨났다.

책은 1840년부터 1975년까지를 10~30년씩으로 나눈 6개 챕터로 구성됐다. 각 챕터는 10개 안팎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이름까지 사라진 나라도 있지만, 현재의 지명으로 남은 곳도 있다. 각 에피소드가 별개 이야기인 만큼 쉬엄쉬엄 읽어나갈 수 있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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