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정책 굴절 없는 여론수렴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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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외에 거주하는 5백만 한민족 가운데 그 절반이 만주의 동북3생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을 보다 구체적으로 북방대륙과 교민들에게 쏟아야할 때가 됐습니다.
지난3월 중국·소련·북한 등 북방지역의 「총합적」연구를 표방하는 대륙연구소 (서울 강남구 논현동 198의6)를 개설, 이 사장에 취임한 장덕진씨 (55·전 농수산장관)는 민족·역사·북방 등과 같은 용어를 거침없이 구사했다.
88년 중국방문에 이어 지난 1월 다시 흑룡강성의 삼강평원 현장답사 등으로 북방과 인연을 맺으면서 「북방연구」에 개안한 듯 의욕이 넘쳤다.
80년대 초 공직을 떠난 직후 「인간성 회복」을 내걸고 운영해온 사회발전 연구소와 지난해 12월 관계분야 전문가 및 교수 26명으로 결성했던 대륙연구회를 합쳐 「북방연구」로 항로를 바꾼 것도 국내상황에만 관심을 한정할 수 없는 정세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방정책의 결정과정이 단순히 관료나 전문가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여론의 폭넓은 환기와 수렴이 뒷받침되어야한다고 강조하는 장 이사장은 특히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인식차이를 극복해나가는데 있어 민간연구소의 굴절 없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힌다.
-장 이사장이 71년10욀 국회유엔 정세조사단으로 유엔을 찾았던 그 당시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북방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가.
『(웃으면서) 인연이라기보다 관심은 있어 왔다. 북방정책이란 말도 그 해 9월 임시국회에서 내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기억된다. 장기적 안목에서 한반도의 분단상황 타개는 중소와의 관계개선 없이는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북방정책」이란 용어 사용과 함께 상당한 파문이 있었다.
-연구소의 이름을 「대륙」이라고 한 것은….
『소련의 시베리아, 중국의 만주, 한국, 일본의 수직 축으로 연결되는 권력이 앞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며 이에 대응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붙였다.
-지난 1월말 삼강평원을 다녀온 소감은.
『풍부한 자원과 근접한 거리라는 유리한 조건을 갖춘 미래의 활동 공간으로 생각됐다. 또 만주에 처음으로 벼 재배를 보급한 2백만 명이 넘는 교민들이 살고 있으며 분단의식에 가리워 지지 않고 민족공동체 의식을 생생하게 지니고 있는데 감동했다. 이곳으로 우리가 진출하게 되면 북한의 개방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중국 측이 한국에 기대하는 열의에 비해 우리의 관심이 아직 미미한 것이 문제다.
-연구소는 어떻게 운영해나가고 있는가.
『연구·출판·강좌활동을 중심으로 하면서 정책평가 및 여론조사 기능도 갖춘 종합적 연구소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시민강좌는 반응이 좋은 주제를 골라 전국 순회발표도 하여 북방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장에 노력하려고 한다.
현재 중국의 북경대 조선문화연구소와 결연 관계에 있는데 이를 통해 90년부터 전공대학생들을 선발, 백두산·연변·하얼빈·상해 등지를 순회 방문토록 할 예정이다. 이밖에 전문가들의 현지조사 및 교류도 촉진해 다음세대의 북방인식에도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60년대 말 「고시3과 합격」의 꼬리표를 달고 등장하여 부실기업정리·축구진흥·행정부와 국회활동에 이르기까지 70년대를 종횡무진 누비던 그가 이번에는 「북방」에로 도전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전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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