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美제재 받는것 맞나···삼성 제치고 '5G 원칩' 1호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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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 첫 상용화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 유력한 화웨이의 5G 원칩 ‘기린990 5G’. 베를린=장정훈 기자

세계 첫 상용화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 유력한 화웨이의 5G 원칩 ‘기린990 5G’. 베를린=장정훈 기자

세계 첫 ‘5G 통합 칩’ 타이틀은 퀄컴도 삼성전자도 아닌 중국 화웨이가 가져갈 공산이 커졌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9)에서 지난 6일 화웨이가 최신 칩셋 ‘기린990 5G’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칩 하나로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원 칩’으로 IT 업계의 당초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공지능·5G모뎀 결합한 기린990 #19일 공개 새 플래그십폰에 탑재 #삼성 엑시노스980는 연내 양산

IFA 2019서 첫 5G 통합칩 ‘기린990’ 발표 

IFA 2019 개막 기조 연설자로 나선 리차드 위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업계 처음으로 화웨이가 인공지능(AI)과 5G 모뎀을 결합한 기린990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설계 부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제작한 기린990 5G는 연산 능력을 수행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보안 칩 등을 결합한 ‘시스템온칩(SoC)’에 5G 모뎀까지 통합했다.

이날 화웨이는 기린990을 오는 19일 독일 뮌헨에서 공개할 화웨이의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30’에도 탑재한다고 밝혔다. 메이트 시리즈는 유럽 등지에서 삼성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경쟁 관계에 있다.

 기린990의 이미지. [사진 화웨이]

기린990의 이미지. [사진 화웨이]

사실 갤럭시 노트10을 비롯해 지금까지 출시됐던 5G 스마트폰은 최신 SoC칩을 탑재하더라도 5G 모뎀만은 따로 들어가 부피, 두께가 늘어났다. LTE 대비 부피가 20~30% 더 큰 5G 모뎀까지 포함한 ‘원 칩’ 양산은 난도가 훨씬 높다.

노트10 라이벌 ‘메이트30’에 바로 탑재 

리처드 위 CEO는 “기린990 5G는 5G 모뎀이 들어 있는 세계 최초의, 가장 강력한 5G SoC”라며 “삼성 엑시노스보다 36%보다 작고 효율성은 20% 높으며, 퀄컴 스냅드래곤보다 26% 작다”고 강조했다. 모뎀 칩 설계 기술에서 화웨이가 퀄컴이나 삼성 대비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대목이다.

한 관람객이 IFA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 전시장에서 화웨이의 기린990 5G 스펙을 촬영하고 있다. 베를린=장정훈 기자

한 관람객이 IFA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 전시장에서 화웨이의 기린990 5G 스펙을 촬영하고 있다. 베를린=장정훈 기자

예정대로 메이트 30에 기린990 칩셋이 탑재될 경우, ‘세계 최초 5G 통합칩 상용화’ 타이틀은 화웨이가 차지한다. 이에 더해 화웨이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5G 원칩(통합칩)’을 도입한 첫 메이저 업체가 된다.

당초 5G 통합 칩은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이 각각 지난 2월과 4월 개발 완료 소식을 알렸고, 양산 작업에 착수했다. 퀄컴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부, 미디어텍은 같은 대만 기업인 TSMC에 위탁 생산을 맡겨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도 지난 4일 5G 모뎀칩에 AP 등을 결합한 ‘엑시노스 980’ 제품을 공개하고, 연내 양산 계획을 밝혔다.

이들 3곳이 앞서가는 듯했던 5G 통합 칩 경쟁은 화웨이가 IFA에서 기린 990을 내놓으면서 반전됐다.

삼성은 중국 비보 폰에 ‘5G 원칩’ 공급하기로

일단 삼성전자는 연내 5G 통합 칩(엑시노스 980)의 안정적 양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중국 비보가 오는 4분기(10~12월) 출시할 신형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980’을 탑재할 계획이다. 비보는 중국의 5G 환경에 맞게 삼성의 5G 통합 칩을 커스터마이징하는 역할도 맡기로 했다.

성능 측면에서 화웨이의 기린990 5G는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메이트 30에 들어가지만, 삼성의 5G 원칩 엑시노스 980는 중급 스마트폰을 겨냥한 제품이다. 제조 공정상으로도 엑시노스 980은 8 나노미터(㎚) 공정에서 양산될 예정이지만, 화웨이는 대만 TSMC의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기린990 5G 칩셋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비보(Vivo)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980' 칩셋을 탑재한 중급 5G 스마트폰을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웨이보 캡처]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비보(Vivo)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980' 칩셋을 탑재한 중급 5G 스마트폰을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웨이보 캡처]

다만, 화웨이가 기린990 칩셋을 어느 정도 양산할지는 미지수다. 기린990이 들어갈 화웨이의 메이트 30 시리즈가 전작(메이트 20)과 달리 구글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탑재를 할 수 있을지가 미국 측 제재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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