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 『거듭나기』 논의 활발|"총무원제냐 본사 중심제냐" 이견 팽팽|계율 현대에 걸맞게 한다 주장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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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불교 조계종단내에서 불교의 발전적 변화를 위한 제도 개혁문제가 신중하게 논의되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해 11월 제도개혁 특위를 발족시키고 불교계의 의견을 수렴, 지난 7월 25일·8월10일 잇달아 회의를 열었다. 종단 안팎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특위에서 ▲종단 행정 구조 ▲재가법사 지위 문제 ▲승려 양성 제도 ▲계율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었다. 그러나 종단 행정체제의 혁명적 변화와 승려의 지위에 중대한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는 사안들이 걸려 있어 결론이 유보되었다.
특위는 일단 지금까지의 논의를 뒤로 제쳐놓고 전국의 승려들에게 앙케트를 돌려 승려들의 의견을 모아보기로 했다.
종단 행정구조 문제는 현 총무원 체제를 유지하느냐 본사 중심제로 바꾸느냐로 귀결되고 있다.
중앙 집권적인 총무원 중심제는 종단의 응집력과 지도체제의 일원화를 이룰수 있는 제도이나 현실적으로는 60년 처음 시행된 후 현재까지 25명의 총무원장이 바뀌고 평균 임기가 1년 안팎밖에 되지 않는 심한 종권 분쟁을 낳았다.
불교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각종 분규를 유발한 총무원 중심제보다는 과거 한국 불교의 전통이었던 산중공의제도를 새롭게 창출해 시행해 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산중공의제는 한 지역의 승려들이 모여 그들의 문제를 민주적으로 결정해나간 것으로 지금 제도로는 전국 각 교구의 본사를 중심으로 자치적으로 사찰을 운영해나가는 형태가 된다. 이같은 본사 중심제를 주장하는 승려들은 중앙 기구는 교육·포교 등만 맡고 사찰 운영·인사등은 본사에서 맡아나가야 한다고 본다.
또 앞으로 시행될 지방 자치제와도 맞아 들어가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중앙 집권적인 총무원 제도의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본사 중심제가 문중 파벌을 조장하여 불교계에 분파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가 법사의 지위 문제도 큰 쟁점으로 커 나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 불교 승려·사찰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조계종은 비구·비구니만을 승려로 인정하고 있다. 불문에 들어오면(출가) 절대로 결혼할 수 없다. 포교의 중심도 승려다. 재가법사 제도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출가하지 않고 결혼한 사람에게도 준 성직자 자격을 주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대중적인 포교, 현대 사회에 맞는 포교를 위해 포교를 하는 성직자들이 보다 자유스러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주장되고 있다.
재가법사 제도가 생겨나면 승려와 준승려가 혼재하게 되는데 엄격하게 계율에 따르는 비구·비구니만의 종단을 주장하는 승려들은 이 제도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승려 교육제도는 현재 한문 경전의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는 교육제도를 현대적인 폭넓은 교육으로 바꾸어 나가자는 것으로 큰 논란은 없다. 그러나 일정한 교육 과정을 마친 사람에게만 승려 자격을 부여하자는 안은 현재의 출가와 승려자격 획득 과정에 비해 볼 때 많은 제한이 따르는 것이어서 연구가 필요하다.
계율 문제는 심각하다. 원시 불교 때부터의 2백50여가지나 되는 엄격한 계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불교는 현대 사회에의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일부 승려에 의해 승복을 간편하게 바꾸고 포교 일선에 나서는 승려들에게 머리를 기르고 육식을 할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가 원로·중진스님들로부터 호되게 질책 당하고 더이상 거론하지 못했다. 불교계에는 살생을 하지 말라, 결혼할 수 없다는 등의 기본적인 계율은 지켜야 하지만 나머지 계율 등은 현대 사회의 포교 활동에 맞게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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