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카드로 내부갈등 해소속셈-남북대화 다시 서두르는 북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3월말 문익환 목사 방북사건 이후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재개될 조짐이다.
북한측은 지난달말 남북국회회담 준비접촉과 남북적십자 실무대표접촉을 제의한데 이어 1일에는 남북체육회담과 고위당국자회담 예비회담의 재개를 제의해 오는 등 남북대화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있다.
북한측이 1주일 새 4종류의 남북회담을 제의해온 것은 우리 정부의 9월중 대화재개 방침에 일단 호응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측이 문 목사와 임수경양 사건에 대한 우리측의 사법처리에 비난의 목소리를 보내면서도 이처럼 적극적인 대화공세를 펴고있는 데에는 나름대로 대내외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7월초 평양축전 이후 북한사회에는 내부갈등을 짐작케 하는 몇가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로동신문이 8월17일 『당의 혈통을 혼탁하게 만들려는 이단적 사상조류와의 투쟁이 김정일 당 서기의 지도아래 전당적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나 자본주의 생활풍조에 대한 경고 등은 평축을 계기로 북한체제에 분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대남카드를 사용, 내부갈등을 통일문제로 중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은 또한 문 목사와 서경원 의원·임수경양 등의 잇따른 입북사건을 대내 외에 선전자료로 이용해왔으나 오히려 남한사회에 분열을 조장하기는커녕 공안정국을 유도함으로써 대남 전략에 차질을 가져왔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남북대화 재개를 통해 화해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임양 등의 석방을 요구, 남한사화의 혼란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도 7·7선언의 정책적 지속성 유지를 위해 공안사건의 마무리시점에서 대화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공안정국을 외해 남북대화를 거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많다.
미국도 오는 10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대화재개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한 당국의 이러한 대내외적 필요성이 맞아떨어져 남북대화는 중단 5개월여만에 재개될 것이 틀림없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측 제의가 9월 중순에 몰려있는데다 우리측 통일방안이 9월 중순 확정될 예정이어서 9월 하순께 남북적십자 실무접촉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따라서 나머지 3종류의 회담은 적십자 실무접촉의 진전상황을 보아가며 진행될 예정인데다 임양 처리문제 등이 남아있어 남북대화의 본격화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김두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