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금소요 시일도 촉박…국내외서 외면|전시효과만 노린 무모한 발상…국제망신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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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예상했던대로 국제무역산업박람회가 2년 연기되었다.
이번 결정은 조순부총리가 29일 오후 노태우대통령에게 내년 예산안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내려진 것이다.
조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복지와 공공부문 지출확대로 내년 예산이 지나치게 늘어날 염려가 있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박람회를 연기할 것을 건의했고 동석했던 문희갑경제수석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박람회 개최에 대한 우려의 소리는 이보다 훨씬 전부터 제기되어왔다. 시일이 워낙 촉박하고 외국정부나 국내외 기업들이 독창적 전시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며 상징조형물·모노레일·조경·교량공사 등 장기간의 공기가 소요되는 공사가 차질이 예상된다고 지적되었다.
더 큰 문제는 박람회가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 선진국인 국제박람회사무국(BIE) 가입 48개국은 국가명의로는 참가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왔고 비회원국들은 거의가 후진국이기 때문에 국가명의로 참가 하더라도 전시내용이 극히 빈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기업들도 박람회에 불참할 이유만을 찾고 있었다.
수출부진으로 고전을 겪고있는 판에 50억∼1백억원이나 들여 「비생산적인행사」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박람회 부지내 거주민들의 철거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고 정치권에서 조차 92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행사로 차가운 시선을 던져왔던 터였다.
「올림픽도 치렀는데 이까짓 것쯤이야」하는 무모한 사고방식이 결과적으로 일대 망신을 초래한 것이다. 게다가 상층부의 지시라면 무조건 따라야한다는 일부 부처의 고질적 사고방식이 사태 판단을 흐리게 해왔다.
단시일내에 벼락같이 일처리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던 시대는 지났다. <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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