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식 내전 가능성 높다|캄보디아 국제 평화회담 결렬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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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캄보디아 사태 해결을 위해 관계 19개국이 참가했던 제2차 파리외상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캄보디아에 아프가니스탄식의 내전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9월말까지 캄보디아 주둔 베트남군의 무조건 철수방침이 발표된 이후 프랑스의 주도로 지난 7월 제1차 외상회담을 갖고 5개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기까지 캄보디아 사태해결은 급진전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한달 여에 걸친 실무위원회의 노력이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미국·중국·소련의 외상들이 28일부터 열린 2차 회담에 불참함으로써 회담벽두부터 결렬이 예상됐었다.
이번 회담의 주요의제는▲총선거까지 정국을 이끌 과도정부에 참여하는 4개 정파의 권력배분▲국제감시기구 (ICM) 에의 유엔관여 문제▲몰 포트파가 저지른 대량학살에 대한 논란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들의 처우문제 등 4가지로 모아졌다. 이 가운데 과도정부 구성과 국제감시 기구문제에 관한 이견은 끝내 좁히지 못했다.
우선 국제감시 기구에 유엔이 관여하는 문제는 과거 유엔이 헹 삼린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시아누크가 이끄는 3개파 민주연정만을 합법정부로 인정한 점을 들어 현 헹 삼린 정권은 유엔의 관여를 강력히 반대했다.
또 폴 포트파의 연정참여 문제도 헹 삼린정권의 반대에 부딪쳤다. 민주연정 3개파와 폴 포트파를 지원하는 중국 이폴 포트파의 연정 참여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현정권은 대량학살의 책임을 물어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폴 포트파의 참여문제에 지금까지 관망적 태도를 유지하던 중국이 최근 과도정부 참여를 강력히 주장하는 변화를 보였다. 이는 배경의 천안문사태 이후 서방국가 중에서 특히 목소리를 높여 중국을 비난했던 프랑스가 이번 회담을 공동주최한데 대한 유감의 표시로 해석되고 있다.
실무위원회의 공전에 따라 2차 본 회담은 제대로 논의를 진행시키지도 못한 채 종료 하루전인 29일 서둘러 결렬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회담 결렬에 대해 캄보디아의 훈센 수상은 각국의 진지하지 못한 자세를 비난하면서 앞으로 총선거까지 어떠한 과도정부도 구성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이번 회담에 참석했던 한 서방국 대표는 『캄보디아는 지난 5백년 동안 싸워왔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며 파벌간의 대립을 비난했다.
한편 베트남군은 무조건적인 철수를 선언했기 때문에 사태진전에 관계없이 약속시한인 오는 9월말까지 철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남아있는 베트남군은 5만∼7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들이 철수한 후 헹 삼린 정권의 인민혁명군 만으로 힘의 우세를 유지할 수 없는 점에서 내전의 위험은 크다.
인민 혁명군은 6개 보병사단, 3개 보병 여단등을 포함, 5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반정연합의 3개파 가운데 가장 호전적인 폴 포트의 크메르 루주군은 3만∼4만 명의 병력으로 인민 혁명군 못지 않은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별히 상황변화가 없는 한 내년 봄으로 막연히 예정된 제3차 외상회담에 대해 기대를 걸 수 없는 실정이어서 오는 9월말 베트남 군 철수완료는 아프간식의 내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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