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협의 없는 조국 수색, 나라 어지럽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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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인천 남동공단 삼천리기계에서 열린 공작기계 글로벌 경쟁력강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인천 남동공단 삼천리기계에서 열린 공작기계 글로벌 경쟁력강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전방위적으로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된) 서른 군데를 압수수색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다. (우리는) 사전에 몰랐는데 언론은 압수수색 과정을 취재했다고 한다. 언론에는 취재를 시키며 관계기관과는 전혀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 이 점이 훨씬 더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이해찬 당 대표, 오전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법무부나 청와대도 전혀 모르게 언론만 알게 하고선 전격적으로 31군데를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거대한 작전을 진행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찬 당 대표, 오후 전국 원외지역위원장 하계 워크숍)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놓고 ‘당황’했던 민주당이 언론과 검찰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인천 삼천리 기계에서 열린 오전 현장 최고위는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주요 의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다. 이 대표가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자 현장에 있던 최고위원들도 말을 이어갔다.

특히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형법 126조인 피의사실 공표죄를 언급하며 “이 죄를 범할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닌데 검찰은 이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어제 부산대 노환중 교수의 개인 PC가 압수됐는데 문서파일 제목, 내용까지 특정 언론에 그대로 실렸다. 검찰에서 유출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후에 열린 전국 원외지역위원장 하계 워크숍 자리에서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 만들지 않았는가.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자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8일 인천시 남동구 공작기계 제조업체 삼천리기계에서 열린 '공작기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 '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8일 인천시 남동구 공작기계 제조업체 삼천리기계에서 열린 '공작기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 '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일부 언론이 압수수색 현장에 있었던 건 검찰이 언론에만 알려서가 아니라 취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일 오전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모 교수를 만나기 위해 이미 지방에 있었던 몇몇 기자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다는 속보가 뜨자 곧바로 해당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과정에 대한 팩트체크를 차치하더라도 일각에선 이 대표의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언론에는 취재를 시키며 관계기관과는 전혀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 “법무부나 청와대도 전혀 모르게”라는 표현을 썼는데 검찰은 당·정·청 등 어느 곳에도 압수수색 사실을 알려선 안 된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정부와 청와대 등에) 그걸 왜 알리냐. 알려선 안 된다. 당사자한테는 통보할 수 있어도 제3자한테 알리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긴급 대책을 세운다며 오후 4시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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