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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도우려 놀이공원 알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 있는 놀이공원 이월드. 지난 16일 오후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가 놀이기구에 끼어 다리가 절단됐다. 놀이기구가 작동을 멈춰 탑승객들이 갇히거나, 놀이기구가 고장 나 탑승객이 다치는 일은 놀이공원에서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직원이 중상을 당하는 사고는 드물다. 그날 이월드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구 이월드서 20대 다리 절단 #롤러코스터 끼어…접합수술 실패 #경찰 “안전수칙 준수 여부 조사”

이월드의 인기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터 ‘허리케인’에서 5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A씨(22)는 16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고 있었다. 그는 탑승객들이 안전바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하고 놀이기구를 작동시키는 일을 했다. 이날 오후 6시 52분 박씨는 교대를 하러 온 다른 아르바이트생 B씨(20)와 함께 일을 하던 중 롤러코스터에 다리가 끼어 10여m를 끌려가 결국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랫부분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한 뒤 전역 후 가정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이곳에서 5개월째 알바를 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6량으로 된 허리케인은 1량에 4명이 탈 수 있는 롤러코스터로 총 정원이 24명이다. 사고 당시 20명이 타고 있었다. A씨는 승객의 안전바 점검을 마친 뒤 무슨 이유에선지 맨 마지막 칸을 벗어나지 않고 롤러코스터와 함께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다리가 롤러코스터에 낀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소리를 지른 것으로 추정되나, 당시 음악 소리가 커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이를 듣지 못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다리가 절단된 A씨는 놀이기구 아래로 떨어졌고 놀이기구가 한 바퀴를 다 돌고 승강장에 도착한 이후에서야 레일 아래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롤러코스터 마지막 칸과 뒷바퀴 사이에 있는 작은 공간에 서서 천천히 이동하다 출구 근처에서 뛰어내리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 앞쪽부터 안전바 착용을 점검한 뒤 놀이기구에 탄 채 다시 앞으로 이동해 뛰어내리는 게 직원들 사이에 일종의 관행이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A씨는 발견 직후 급히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다리 접합 수술을 받았지만, 접합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바퀴와 레일에 칠해 둔 윤활유에 절단 부위가 심하게 오염된 데다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손상이 심했던 탓이다. 병원 측은 재수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놀이기구 운영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는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월드 측으로부터 운영 매뉴얼과 직원 근무 일정표 등을 제출받아 조사하고 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B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회복 중인 A씨에 대한 조사가 시작돼야 본격적인 진상 규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구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A씨의 부상 정도가 심하고 정신적 충격이 가라앉지 않았다고 판단해 A씨에 대한 조사는 하지 못한 상태”라며 “앞으로 담당 매니저와 팀장, B씨 등 이월드 관계자를 상대로 허리케인을 비롯한 놀이기구를 운영하면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조사해 관광진흥법위반 또는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가 없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월드는 A씨가 입원한 병원에 직원을 대기시켜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월드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 대해 자체 조사는 하지 않았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를 지켜보면서 최대한 협조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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