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빚 쓴 기업들 큰 이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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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빚이 적을수록 건전한 기업이란 일반상식이 모호해지는 때도 있다.
빚이 많을수록 오히려 이득을 보는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평가절상이 가속화되면서 외국돈을 많이 얻어다 쓴 기업일수록 환차익을 보는 역세의 경제학이 통용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생긴 환차익이 84년에는 전산업 매출액의 0.2%였으나 85년 0.3%, 86년 0.4%로 완만한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87년에는 전년도의 2배인 0.8%, 88년에는 다시 1.3%로 늘어났다.
원화가 87, 88년 2년간 각각 8.7%, 15.8% 절상된 것과 비례해 환차익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한은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88년의 경우 기업들이 원화절상·임금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신장세가 둔화, 영업이익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환차익 등에서 본 이익으로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87년의 3.7%보다 더 높은 4.1%를 기록했다.
88년 제조업 전체의 환차익은 1조4천6백24억3천4백만원.
업종별로는 조선의 환차익은 매출액의 6.0%로 단연 선두인데 덩치가 큰 만큼 외국 빚이 많고 그러다 보니 환차익도 많이 났다.
1차금속의 경우는 2.2%, 포철이 광양 3, 4기 설비공사를 시작하면서 들여온 외채 덕을 보았다.
또 석유정제 (3.0%), 철강(2.4%)은 꾸준한 증설공사에 따른 외자도입으로, 곡물가공(3.3%) , 설탕(2.4%)은 원자재 외상수입으로 짭짤한 환차익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와 신발의 환차익은 각각 1.0%, 0.3%로 평균수준을 밑돌았다.
그러나 85년까지 지속되었던 달러화 강세 시절에 한국기업들에 오랫동안 부담을 안겨주었던 환차손을 고려한다면 최근 몇년동안의 환차익을 두고 크게 덕을 보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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