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실업급여…역대 최고치 7개월 동안 다섯번 갈아치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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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지급액이 올들어 매달 지난해보다 20~30%대의 큰 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실업급여 지급액이 올들어 매달 지난해보다 20~30%대의 큰 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실업급여(구직급여) 지출에 브레이크가 풀렸다. 올들어 지난 7개월 동안 지급액이 무려 5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근로일수가 적은 2월과 건설업에서 반짝 지급액 감소세를 보였던 6월을 제외하곤 집계만 하면 최고액이다.

최저임금 영향 많은 업종에서 실업급여 신청자 급증

고용노동부가 12일 발표한 '7월 고용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한 사람은 10만1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7000명) 증가했다. 운수업(1만7000명), 도소매(1만3000명), 숙박음식업(1만1000명)에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비숙련 또는 저소득층이 많은 업종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기도 하다.

올 7개월 중 4개월이나 50만명 넘는 사람이 임금 대신 실업급여로 생계 꾸려

지난달 실업급여를 타 간 사람은 50만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2%나 증가했다. 올해 3월 50만6000명을 기록하며 50만명대에 진입한 뒤 4~5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무려 넉 달 동안 50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터에서 받는 임금 대신 실업급여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갔다. 6월 지급자 수가 48만6000명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이 또한 11.8%나 늘어난 기록이다.

이들에게 지급된 실업급여액은 7589억원이었다.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69억원, 30.4%나 불어났다.

실업급여 지급액, 매달 전년보다 20~30%대 증가

실업급여 지급액의 역대 최고치 경신횟수만 올해 5차례다. 1월 6256억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하더니 4월에는 7000억원(7382억원)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6월 6816억원으로 조금 떨어지는가 싶었으나 지난달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고치에 조금 못 미친 6월 지급액도 전년보다 20.8%나 늘어난 수치다. 다른 달에 비해 지급액이 적었을 뿐 지출 브레이크가 작동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고용부는 "사회안전망 강화에 따라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증가하면서 신규 신청자가 늘어났고, 구직급여액이 올라 지급액도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구직급여액이 인상됐다고 하더라도 거의 매달 실업급여액이 증가하는 것에 관한 설명으론 미흡하다. 첫 1~2개월은 구직급여 증가에 따라 불가피하게 지급액이 증가했다고 쳐도 어떻게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실업자가 줄지 않고, 고용시장이 악화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정책적 성과는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성과에 집착하고, 이를 내세워 심각한 실업 사태를 희석하려는 것은 고용시장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할 정부의 태도로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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