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직 더 달라는 공산당요구 노조서 일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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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바웬사의 자유노조가 주도하는 폴란드의 비 공산당정부가 출범 첫 단계에서부터 공산당과의 대립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19일 긴급 소집된 폴란드통일노동자당 (공산당)중앙위원회총회는 격론 끝에 일단 자유노조가 이끄는 새 정부를 승인하기로 했으나 공산당이 차지하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비중을 감안. 정부 내에 더 많은 각료자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덧붙여 공산당은 만약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정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며, 폴란드의 정치적 장래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바웬사는 공산당이 자유노조주도의 정부구성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공산당의 정치적 장래는 없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현재 공산당이 요구하는 각료직은 이미 확보된 내무·국방 외에 외무·재무·공보상 자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특히 각종 선전매체를 주관하는 공보상 자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공산당은 언론매체, 특히 국영TV와 라디오를 자유노조에 넘겨줄 경우 바웬사의 말대로 공산당의 정치적 장래는 없다고 믿고있다. 또 재무상 자리를 지켜야 그 동안 공산당이 구축한 중앙집권적 경제관료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노조입장에선 이들 각료자리를 공산당에 내주고는 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경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재무상 자리를 공산당에 내주고서는 정책을 제대로 집행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앞으로 정책방향을 밝히고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데 필수기구인 선전매체, 그리고 외교를 공산당이 맡도록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의 가장 큰 장애물은 지난 40년 동안 폴란드 정치·사회전체에 강력히 구축된 공산당체제다. 군·정부는 물론 각 기업에 포진한 경영인의 약 8할이 공산당원이다.
앞으로 시장경제를 퍼나가기로 방침을 정한 새 정부는 필연적으로 이들과 충돌하게 될 것이며, 이들이 현장에서 비협조적 사보타주를 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비록 어용노조이긴 하나 6백50만 회원을 가진 전국노조연맹 (OPZZ)이 그 동안의 맹목적 친정부 입장을 청산, 물가인상에 따른 임금인상을 강력 요구하는 등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어 이들이 파업 등을 통해 새 정부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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