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공채위조|허점드러낸 자동차등록 업무|공채 판매·필증 접수 이원화…무허업소 난립|공무원.갈탁·묵인·혐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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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하철공채 매입필증 위조사건은 위조된 필증이 1년이상 아무탈없이 서울시 자동차관리사업소에 접수됐다는 점에서 등록업무의 허점과 관계공무원들의 묵인·결탁가능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검찰 수사결과 서울시 자동차관리사업소가 7월말 주범 권혁두씨(37) 와 경쟁관계인 다른 등록대행업자로부터 권씨의 범행을 제보받고도 20여일이나 지난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밝혀져 관계공무원들이 사건을 은페·축소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행히 권씨등 2개 조직의 범행이 일반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하철건설의 재원에 수십억원의 손해가 났다는 점에서 관계공무원들에 대한 형사처벌·문책이 뒤따라야 할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범행재발방지를 위해 자동차등록업무의 개선과 무허가등록대행업자들에 대한 단속의 필요성도 지적되고있다.
◇수법=권씨등 위조단들은 공채는 상업은행에서 판매하고 관리사업소에서는 공채매입필증만 접수하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권씨는 지난해 7월 도안사 이충완씨(수배중) 를 시켜 50만원·1백만원짜리등 2종의 매입필증을 제작, 서울충무로건일인쇄소에서 2천여장(시가 10억여원) 을 인쇄했다.
권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등록대행업소인 중앙상사를 통해 개인및 다른 영세등록업소의 등록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면서 아예 가짜필증을 붙이거나 이미 붙어있는 진짜필증을 떼어내 팔아먹고 가짜를 붙이는 수법으로 위조필증을 유통시킨 것.
검찰은 영세등록업자들이 등록업무를 권씨에게 재위임하지 않고는 제때 등록을 마칠수 없을 정도로 권씨가 등록업무를 독점한 사실을 밝혀내고 권씨와 관계공무원들의 결탁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범행탄로=서울시는 16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등록대행업자가 접수시킨 1백만원짜리 2장의 고유번호가같고 50만원짜리도 같아 이상하게 생각, 정밀감식결과 위조된 것으로 밝혀져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수사결과 7월말 주범 권씨가 관리사업소에 근무했던 국교동창생(현한강관리사업소근무) 을 찾아가 자신의 범행을 실토하면서 『대행업소인 오복사측에서 나의 범행을 알고있는데 입을 막아달라』고 부탁한것이 이번사건이 발각된 발단이 된것으로 확인됐다.
권씨의 친구는 다음날 관리사업소에 위조필증이 접수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관리사업소 담당직원은 이미 접수된 등록서류를 이틀간 뒤진끝에 위조필증을 찾아냈다는것.
그러나 관리사업소측은 이사실을 곧바로 수사기관에 신고하지않고 서울시 고위관계자들에게만 보고한뒤 수습책등을 논의하다 권씨의 범행규모가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것을 확인한뒤에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제점=그동안 자동차등록을 둘러싼 비리의 심각성은 검찰등 수사기관에도 잘알려져 수사관들사이에는 『사건이 없으면 관리사업소주변에 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하루 7백∼1천여건의 등록접수를 받는 관리사업소의 직원은 60여명에 불과해 매일오후3시쯤 접수를 마감해도 당일 등록업무를 마치기가 힘들었다는게 관리사업소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관리사업소주변대행업소들은 다른업소보다 빨려 등록을 마치기위해 관계공무원들에게 수시로 급행료명목으로 뇌물을 준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수사결과 서울의 강남·강서관리사업소주변과 장안평중고차시장등에 모두 1천여개의 무허가 등록대행업소들이 난립, 이들업소중 상당수는 권씨와 같은 힘있는 대행업자에게 자신들이 위탁받은 등록업무를 다시 위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관리사업소 주변에서는 무허가등록업소끼리 서로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위해 폭력배들까지 동원한 사실도 밝혀져 행정서사의 명의만 빌려 운영되는 무허가 등록대행업소에 대한 단속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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