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시위 진압 개혁업적 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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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경 로이터=연합】중국최고실권자 덩샤오핑 (등소평)이 오는 22일로 85회 생일을 맞는다. 그러나 등에게 있어 이번 생일은 축하할 형편이 못 된다. 즉 권력 승계계획의 혼선, 향후 경제개혁에 대한 불확실성, 대중의 지지 급락 등이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등소평은 지난 5∼6월 자신의 사임까지 요구하던 대규모 반정시위를 유혈진압 한 뒤 여전히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관들은 지난 수주동안 계속되어온 이 같은 대대적인 탄압행위가 등 자신이 10년간 각고를 기울여 이룬 개혁업적의 상당부분을 파괴해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동안 눈에 보일 정도로 허약해진 등은 전립선계통 질환을 앓고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생일도 중국고위 지도자들의 휴양지인 북대하에서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등은 지난 6월9일 이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또 한번 그의 사망설이 나돌기도 했다.
등이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동안 중국의 관영 선전매체들은 지난 6월의 민주화 요구 시위군중 학살사건 후 손상된 등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제한적이나마 개인숭배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의 하나로 청년 등소평이 게릴라활동을 하던 시절을 담은 장편 특집영화가 전국의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으며 20일에는 지난 38∼65년 기간중 등의 연설 및 저술원고가 새로이 공개되기도 했다.
중국관영 신화사통신은 이번에 공개된 등의 새로운 연설 및 저작원고로 볼 때 등은 항상 마르크스-레닌주의 원칙을 중국의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훌륭히 적용시켰으며 그의 사상 및 이론은 모택동 사상의 핵심에 속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중국선전매체의 이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등에 대한 대중적 지지 하락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인지 모른다.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욕으로 대답한다.
그중 가장 괜찮은 것이『너무 늙었다』는 평이다.
등은 현재 심각한 정치적·경제적 난제들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고위직책에서 노령 지도층을 서서히 제거, 신진세대 개혁지도자들의 권력을 강화해주려는 등의 전략은 이미 무너져 버렸다. 자신의 심복으로 여겨지던 자오쯔양 (조자양)이 당총서기직에서 축출돼 버렸으며 강경파인 국가주석 양상문 (양상곤)이 군부 내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등의 뒤를 이을 지도자로 거론되는 실정이기도 하다.
북경주재 외교관들은 현재 등의 경제개혁정책에 잘해야 미온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는 양상곤을 비롯한 원로 지도층이 등의 사망 후 그의 개혁정책 유산들을 청산해 버릴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등의 대외경제 개방정책도 지난번 민주화 시위군중 탄압이후 심각한 피해를 보았는데 이는 서방이 취한 제재조치라기보다는 중국의 정치불안에 대한 외국투자가들의 우려 때문이다.
등은 지날 6월이래 개혁정책의 지속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서방 외교관들은 등이 자신의 정책중 과오라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헤아리고 있다.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해 지난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56년에 행한 등의 한 연설 내용을 실었다.
『중국공산당은 때때로 과오를 범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그 이유를 조사하고 이를 주의한다. 물론 나 자신도 종종 실수할 때가 있다. 전혀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 등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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