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한 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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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템즈강 ‥고결한 강』
미국의 지리풍물잡지 내셔널 지오그라픽은 이런 제목으로 런던의 템즈강을 특집한 일이 있었다. 백의의 성장을 한 소녀들이 배를 타고 노는 모습, 역시 흰빛의 거위들이 새끼들을 거느리고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광경, 1백50년만에 다시 템즈강을 찾아온 연어를 끌어안고 있는 사진들을 보면 템즈강에「노블」이라는 형용사를 붙여줄 만 하다.
템즈강에 기적의 일이 일어난 것은 1977년 여름이었다. 시내 중심부인 런던 탑 밑 강물에서 두 젊은이가 던진 그물에 빙어, 장어, 가자미가 그득히 걸려들었다. 물론 펄펄 뛰는 물고기들이었다.
꼭 20년 전 템즈강의 바닥을 샅샅이 뒤졌던 영국자연사박물관 학예관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했었다. 생물이라고는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강물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는 둘째치고 강 위에 떠다니는 배의 놋쇠장치까지도 녹여 버릴 만큼 강은 화학물질과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1878년 이 강에서 배가 뒤집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 희생자들은 물에 빠져 죽었다기보다는 오염된 물의 독성에 질식했다는 보고서도 있었다.
템즈강은 이미 1850년대에 죽음을 맞기 시작했다.
그 무렵 강변을 따라 가스공장이 세워지면서 공장폐수들이 강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템즈강에 연어를 다시 불러들인 것은 생태학자들에 의해『20세기의 기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것은 저절로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영국의회는 1946년 우선 각종 하수들을 규제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그 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가 있었다. 물론 하수처리장 같은 시설을 위해 런던 시 당국과 정부의 꾸준한 투자가 있었던 사실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책임을 맡은 템즈강 수질관리국 (TWA)직원들의 높은 사명의식과 철저한 책임감이었다. 어느 나라처럼 전화를 미리 걸고 수질 검사하러 가는 친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요즘 우리는 자다가 별안간 깬 것처럼 수질오염을 한탄하고 있지만 자금 해야할 일은 과연 이런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정부와 공무원들의 결의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공연히 입방아만 찧다마는 일들을 하도 많이 들어와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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