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려도 경기 우려에 웃지 못하는 시장…금값 최고치 경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전격 금리 인하에도 시장은 웃지 않았다.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에 환호하기보다 한은이 경기 부양의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코스피 소폭 하락, 채권값 상승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기준금리를 연 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2%로 하향 조정했다.

 '깜짝' 금리 인하에도 시장은 담담한 분위기였다. 주식 시장에는 호재인 금리 인하 뉴스에도 오히려 주가는 소폭 떨어졌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31%(6.37포인트) 내린 2066.5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0.17% 하락한 665.15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은 전날 대비 0.017% 하락한(채권값 상승) 1.382%에 거래됐다.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5원 오른 달러당 1178.8원에 장을 마감했다.

 금리 인하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안전자산이다. 국내 금값은 장 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몰린 탓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KRX금시장에서 1g당 5만4110원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한 금값은 금리인하 소식에 급상승했다가 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연초(4만6240원)보다 17.52% 상승했으며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난 1일 이후 3.11% 올랐다.

 금리 인하가 시기의 문제였을 뿐 이미 예상됐던 사안인 만큼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시장은 분석했다. 경기에 대한 우려는 확인됐지만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로 일본 수출 규제 등에 따른 성장세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장은 “재정 정책에 나선 정부에 이어 한은이 금리 인하로 경기 활성화에 동참하면서 정책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게 됐다”면서 “연내 추가 인하의 여지도 남겨두는 등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던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수혜주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한국은행이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에 편승한다면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률이 좋았던 증권업종과 배당주의 주가 상승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우ㆍ정용환 기자 bla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