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운지] 주한 말레이시아 산타나나반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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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다토 M 산타나나반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가 자신이 모은 250년 이상 된 지도들을 보여주고 있다. 안윤수 기자

"고지도(古地圖)를 보면 한 나라의 역사와 외교 능력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고지도를 구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다토 M 산타나나반(57)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의 취미는 고지도 수집이다. 소장한 지도 중 250년 이상 된 게 100개가 넘는다. 그래서 부임지를 옮기려 비행기에 오를 때마다 고지도를 꼭 '핸드 캐리'로 애지중지 들고다닌다.

그가 고지도를 사모으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출장차 들렀던 영국 런던과 홍콩의 고미술품상에서 재미 삼아 한두 장을 산 게 긴 여정의 출발이 됐다. 고지도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대학 시절의 지적 호기심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콸라룸푸르의 말라야 국립대학에서 역사학과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지도 속에 담긴 국가들의 역사를 꼼꼼히 공부했다.

그가 보여준 고지도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일의 밀리아리아 게르마니카사(社)가 1635년에 발간한 아시아 지도다. 이 지도엔 한반도가 아시아 대륙과 떨어진 섬나라로 그려져 있다.

"당시 시대 상황과 다르게 몽골(독일어 표기론 타타리아)이 여전히 아시아를 지배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이 얼마나 세상에 문을 닫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더군요."

말레이시아는 최근 아시아의 대표적인 교육 중심 국가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 외국인 5만 명이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중 3000명이 한국인이다. 3개월짜리 골프 연수 코스를 찾는 한국인도 연간 4000명에 이른다.

"말레이시아의 국제학교는 학비가 저렴하고 영어와 글로벌 마인드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죠. 특히 주변 나라에 비해 정치와 경제가 안정적이라 믿고 다닐 수 있습니다."

산타나나반 대사는 말레이시아 경제성장에 한국이 큰 몫을 했다며 고마워했다. 말레이시아 경제발전의 기틀이 바로 경제발전 5개년계획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벤치마킹해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말레이시아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했죠."

말레이시아 경제의 자체적인 경쟁력도 자랑했다. 특히 90년대 말 아시아에 들이닥친 외환위기 당시 대처 능력을 꼽았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단 하나의 은행이나 공기업을 외국에 팔지도 않고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며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은근히 비판했다.

산타나나반 대사는 귀여운 딸의 재롱을 자주 볼 수 없는 게 외교관 생활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했다. 2003년 8월에 부임한 그는 부인과 다섯 살 된 딸과 떨어져 살고 있다. 부인이 콸라룸푸르에서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6주에 한 번은 교대로 산타나나반 대사가 콸라룸프르로 가거나 부인과 딸이 서울에 온다.

강병철.박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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