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불만 이재오 당무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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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임 강재섭 대표가 주재하는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것이다. 그는 대신 지역구(서울 은평을)에 머물렀다. 전날 전당대회 대표경선 패배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그는 이날 "보수 일색의 지도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전당대회 대리전 논란은) 박근혜 전 대표 쪽이 다 공작했고, 박 전 대표도 노골적으로 가담했다" "배신 행위다"는 말을 쏟아냈다. 이 최고위원은 2~3일 뒤에야 당에 나올 계획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후유증이 깊다. 우여곡절 끝에 강재섭 체제가 출범했지만 당으로선 잃은 게 많은 선거였다. 강 대표는 "동네 이장 선거를 해도 후유증이 있는데…"라며"서로 사랑하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잘 봉합하겠다"고 후유증 극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선판이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양측 간 적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이 전 시장의 서울 안국동 캠프는 싸늘한 분위기였다. 전당대회와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었다. 이 전 시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 태연하게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듯했다. 그는 지나가는 말로 "개입하지 않은 사람을 개입했다고 한 것은 좀 뭐하지만…"이라며 "강 대표가 잘하겠지. 본인이 당권 잡았으니 대권 잡는 길에 기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 전 대표와 강 대표에 대한 감정적 앙금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대리전 논란을 촉발시킨 유승민 의원 등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은 대부분 연락을 끊고 잠수했다. 이 전 시장 측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 의원은 "원래는 끝까지 중립을 지키려 했는데 이 전 시장 쪽의 움직임이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바람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와 이명박, 강재섭과 이재오, 지도부와 소장파'를 갈라놓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후유증은 쉽게 치료될 것 같지 않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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