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다시 개방 정책 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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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4 천안문 대학살」 이후 세계 각국으로부터 따돌림과 손가락질을 받아오던 중국이 점차 6·4 이전으로의 「회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국인들의 출입이 잦은 북경 시내 주요 호텔에도 자취를 감추었던 외국의 신문·잡지가 9일부터 다시 눈에 띄기 시작했고 건국 40주년 기념일 (10월1일) 전에 계엄령도 해제할 것이란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
이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당 선전 차원의 보도가 잇따르고 중국 군부 내 일부 강경파들의 대규모 숙정 작업의 강행 주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다시 개방 제스처를 쓰고 있는 것은 2개월 남짓 진행되어온 반혁명 분자 소탕 작업이 이만하면 됐다는 판단을 내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6·4 사태 이후 각국의 경제 체재 조치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사정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어 이 같은 6·4이전으로의 복귀 시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게 관측통들의 견해다.
중국이 국내 정치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경제 쪽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는 지난 7월14∼23일 북경에서 개최된 제1회 북경 국제 박람회를 당초 예정대로 강행, 추진한데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소련·미국·프랑스·일본·한국 등 24개국에서 3천여 회사들이 참가한 북경박람회를 대내외에 홍보하는데 열을 올려 경제에 관한 한 지속적인 개방 정책을 펼 것이라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 따라 미국 국무성은 천안문 사태로 본국으로 철수했던 약 2백60여명의 미국 관리들의 가족들이 중국으로 귀환해도 좋다는 허가를 지난 9일 내렸다. 사태가 그만큼 호전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일본도 10일 나카야마 (중산) 외상이 『북경 이외의 지역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인의 중국 여행 제한 조치를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혀 최근 중국 사정이 호전되고 있음을 시사했고 가이후 신임 수상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첫 회견에서 밝혔다.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마저도 천안문 사태를 일컬어 「비극적 사건」이라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의 상황은 예상을 앞서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중국의 국제적 고립을 원치 않는 미국과 일본의 「보이지 않는 협조」에 힘입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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