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인질석방|이란 강·온파 향배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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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레바논인질문제는 미국·이란이 극적 타협을 이루어낼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새로운 사태의 변화조짐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외교단절을 계속해 온 양국관계로 보아 협상결과에 대해서는 낙관과 회의가 교차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인질문제 외교교섭도 미·이스라엘이 한그룹이 되고 헤즈볼라·이란이 상대그룹이 돼 있으며 시리아가 헤즈볼라·이란의 입장을 대변하는 형식으로 돼있다. 이 양쪽에 유엔과 알제리·이집트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 다각협상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이번 인질석방 협상에서 주협상대상국을 이란으로 설정하고 있다.
6천∼1만명으로 구성된 헤즈볼라는 이란혁명수비대 4천명의 직접적 지원을 받고 있고 종교적으로도 이란에 치중해 있어 이란이 인질문제에서 결정적 역할을 줄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부시미대통령은 지난79년 이래 외교관계가 없는 대이란 창구로 우선 소련을 이용하고 있다. 소련은 최근 라프산자니 이란대통령의 모스크바방문으로 대이란 관계정상화를 이룩, 미국의 대이란 접촉 중개자로서 적격한 위치에 있다.
미국은 소련외 이란과 가까운 알제리와 이집트의 지원을 요청, 디딤돌을 마련하는 한편 중동유엔평화군 책임자 굴딩유엔대표의 역할에도 기대를 걸고있다., 미국은 간접적 외교접촉과 아울러 이번 인질문제의 기폭제 역할을 한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이스라엘이 납치해온 레바논 시아파지도자 보베이드의 조건부 석방이라는 양보를 얻어냈다.
이같은 외교적 노력은 궁극적으로 인질의 석방을 전제로한 점에서 낙관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외교적 협상은 각 당사국의 이해와 체면이 걸려있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헤즈볼라·이란등 당사국들의 인질석방· 교환에 대한 조건이 서로 크게 달라 타결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일단 서로 제시한 조건이 다르지만 강경하기로 알려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야측 모두가 협상에 응할 자세를 보이고 있고 헤즈볼라에 결정적 영향력이 있는 이란이 인질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협조를 공언했다는 점에주목하고 있다.
미국인 7명등 서방인질 17명을 잡고있는 헤즈볼라는 미국인 인질에 대한 자국의 이익보다 이란의 대미공세를 지원하고 인질의 몸값을 주목적으로 하고있어 이란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인질석방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낙관론자들의 견해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헤즈볼라가 8개이상의 분파로 나뉘어져 있어 협상대상이 분명하기 않고 따라서 이들에 대해실질적으로 포괄적 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란이 강온파로나뉘어져 대미협조가 쉽지않을 것 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실주의자로 알려진 라프산자니 이란대통령이 최근 인질사태에 긍정적 개입을 시사한것과 달리 강경파인 모타세미내무상이 이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 이란은 자국내 이견조정을 먼저 거쳐야 할 입장이다.
헤즈볼라 역시 이란의 석방종용이 있더라도 오베이드의 우선 석방이 이루어지지 않을경우 이란의 압력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이같은 중동 각 당사국의 어려운 입장 못지않게 미국도 인질협상에서 대가를 지불할수 있느냐는 자체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테러리즘과 관련, 어떤 대가 지불및 타협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오고 있어 이란에 대한 간접적 대가지불이 과연 미국의 기존 외교노선에 비춰 어떻게 정당화 할수 있느냐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이같은 여러가지 가능성과 비관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질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이란이 쥐고있어 앞으로 이란의 국내정세가 어떻게 발전돼 가느냐에 따라 인질석방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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