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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과 가정의 행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싶은 욕심뿐 다른 생각은 일체 없이 이 운동을 시작했는데 충격이 너무 커요』 전교조결성과 관련, 남편(김민곤전교조대변인· 서울사대부고교사) 은 구속되고 자신은 직위해제된 황병숙교사 (29·성동여실 국어과).
삼칠일을 갓넘긴 황교사는7일 오후4시 딸이 입원중인 서울용산구서계동 소화아동법원 신생아실 앞에서 부스스한 얼굴에 눈물을 머굼은채 말을 못잇는다. 지난달 11일 제왕절개 수술로 딸을 남고 산후조리중 교조가입을 이유로 자신은 소속학교에서 직위해제되고 동료교사인 남편은 구속됐으며 설상가상으로 딸아이는 장염으로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고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3개월후 해직될 것 같아요. 어떻게복직은 안되겠습니까.』 현직교사의 노조결성이 실정법에 위배됨은 분명히 알고는 있었으나 결성및 가입동기의 순수성을 내세우며 복직을 확신하는 황교사.
대학재학중 (서울대사대) 이들 부부는 소위 문제서클이나 지하서클에 일체 가입한적이 없었고 교내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한 일조차 없었다고 했다.
다만 교육현장에서 우리의 교육이 지금과 같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오다 노조결성을 계기로 운동권 교사부부로 분류됐다.
『참교육은 지식의 다과에 치중하지 않고 스스로 확립한 가치기준에 따라 이웃과 더불어 살수 있는 나름의 기준을 마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황교사는 공안당국에서 참교육을 이적이념과 동일시하려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박한 「참교육론」 을 개진했다.
시종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을 잇던 황교사는 서울종암서에 구속수감중인 남편을 면회하러 자리를 떴다.
『남편이 하는 일은 옳은 일이라고 믿어요. 내 몸이 아프고 아기가 위독해도 구속된 남편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말아야죠』 실정법과 남편의 행동, 참교육실천과 가정의 행복 사이에서 고뇌한다는 황교사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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