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공안정국의 회오리속에 난데없이 튀어 나온 박찬종 의원과 박철언 정무 제1장관간의 「평축 참관설」공방은 많은 사람에게 관심과 의문을 자아내게 하고있다.
대상이 일국의 장관과 국회의원이고 이슈가 방북문제인 만큼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왜 양쪽 모두 열심히 주장하고 해명하는데도 국민들 눈에는 석연찮은 점을 지울 수 없느냐는 점이다.
영등포 을구 재선에서 고영구 후보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있는 박 의원은 처음 호기롭게 기선을 제압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 질의하는 교묘한 형식을 취했지만 내용인즉 박 장관의 평축 참가가 「확정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그런 사실은 장·차관급에게 확인했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던 박 의원이 하루 이틀 지나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진의는 개인위주의 남북관계를 비판한 것』『「장·차관급」「정치생명」운운은 와전된 것』등, 심지어 대통령을 만나면 발세자를 알려주고 자신은 입을 다물 수도 있다고 했다. 큰소리를 치지만 뭔가 꼬리를 빼는 인상이다.
반면 박 장관의 해명 역시 명쾌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가 평축 기간동안 북한에 가지 않았다는 주장은 청와대나 그의 주변사람들 사이에 충분히 수긍을 얻고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가 밝힌 『지금까지 한번도 북한에 간 적이 없고, 남북간 막후채널이 없다』고 한 부분은 진실성을 의심케하며 경솔한 해명이라는 것이 정부고위관계자들의 우려다.
남북간에 단 한대밖에 없고 오랫동안 안기부의 관리하에 있던 핫라인이 6공에 와서 누구의 수중에 있는지 정부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또 그가 노태우 대통령의 밀사로서 남북문제를 거의 배타적으로 다루어왔다는 것이 정세이다. 교전국간에도 밀사가 오가는 것을 인정하는 국제법의 관례로 보아 그의 방북은 문익환·서경원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알고있는 정부관계자들은 박 장관의 부인이 너무 나아가 오히려 진실된 부분까지 훼손한 것이 아니냐고 보는 것 같다.
어쨌든 박 의원이나 박 장관 모두 국민들이 주시하는 공인이다. 박 의원은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입수한 증거를 내놓고 국민에게 신용을 물어야한다. 박 장관 역시 거짓과 진실 앞에 좀더 겸허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누가 국민을 속이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