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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요금 인상' 시민 의견 듣자는데…국토부와 경기도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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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기 수원시가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버스 문제 해결에 대한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추진한 '버스 대토론회'가 반쪽 토론회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핵심 관련 기관인 국토교통부와 경기도가 불참 의사를 밝혔다.

10일 수원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경기도는 오는 11일 오후 7시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버스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에 최종 불참 의사를 밝혔다. 수원시 관계자는 "토론회 준비 과정부터 버스정책을 좌우하는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의 참석을 위해 지속해서 연락을 취했으나 국토교통부는 '일정이 많아 바빠서 참석이 힘들다'는 의사를 밝혔고 경기도는 참석 의사를 밝혔다가 최근 번복했다"고 말했다.

2018년 9월 20일 경기 수원시가 설치했던 버스 파업 안내 현수막. 당시 파업 예고 시간 직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 수원시]

2018년 9월 20일 경기 수원시가 설치했던 버스 파업 안내 현수막. 당시 파업 예고 시간 직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 수원시]

수원시, 11일 '버스 대토론회' 

'버스 대토론회'는 수원시가 버스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다.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경기도 300인 이상 버스업체 22곳에 비상이 걸렸다. 버스업체는 당장 2250~3862명의 추가 운전사를 확보해야 하고 버스 기사들은 근무 시간이 줄어 월급이 줄어든다고 아우성이다. 이로 인해 버스 노조는 올해 초부터 버스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도내 버스업체들도 31개 시·군 2185개 버스노선 중 50여 개 노선을 폐지하고 300여 개 노선을 단축·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정부와 경기도는 9월부터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요금을 각각 200원, 400원 올리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버스 문제는 시민의 일상과 관련된 문제인데 정작 정책 결정 과정엔 시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수원시민, 요금인상 긍정 20.9%에 그쳐 

실제로 수원시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수원시민 6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버스운영사의 손실보전을 위한 경기도 노선버스 요금인상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37%로 '긍정적'이라는 응답(20.9%)보다 많았다. 부정 평가 비율은 20∼30대 이용자가 44.9%로 가장 높았고, 10대 이용자 43.6%, 40∼50대 이용자 31.5%, 60대 이상 28.0% 등 순이었다.
노선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적합한 지원방법으로 재정지원(46.0%)과 요금인상+재정지원 42.6%라는 응답이 많았고, 요금인상이라는 응답은 10.3%에 그쳤다. 현행 버스요금에 대해서는 대체로 적정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10일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의 버스 대책 회의에 참석한 경기지역 기초 단체장들. [사진 수원시]

10일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의 버스 대책 회의에 참석한 경기지역 기초 단체장들. [사진 수원시]

버스 요금 인상에 반발하는 시민 목소리가 크자 수원시가 버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나선 것이다. 11일 열리는 토론회에는 운송종사자와 버스업체 대표, 시민단체 대표, 교통·노동전문가 등 전문가 10명과 100명 이상의 시민 패널이 참석해 버스 문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을 통해 시민 의견을 받고 전문가들이 반론하거나 답변하는 방식도 도입된다.
그러나 버스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주체인 국토교통부와 경기도가 모두 빠지면서 '반쪽 토론회'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날 오전 열린 민선 7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주 52시간 근무시행 관련 버스 대책회의'에서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의 불참을 비난했다. 염 시장은 "버스 문제가 예민한 사항이라 그런지 국토교통부와 경기도가 대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안타깝다"면서도 "시민의 의견을 듣는 토론을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10일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의 버스 대책 회의에 참석한 염태영 수원시장이 "국토부와 경기도는 11일 열리는 버스 대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수원시]

10일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의 버스 대책 회의에 참석한 염태영 수원시장이 "국토부와 경기도는 11일 열리는 버스 대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수원시]

그는 또 "정부는 광역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광역지자체는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청하며 ‘폭탄 돌리기’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라며 "공론의 장에서 함께 버스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11일 토론회장에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의 명패를 만들어놓고, 참석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임금인상 시작…다른 일정 생겨 불참"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고 현재 300인 이상 버스업체들의 임금협상이 시작된 상황이라 여력이 없어 토론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도 "공식적인 패널 참석 제안을 이달 초에 받았다. 늦게 토론회 참석 제안을 받긴 했지만 되도록 참석하려고 했는데 다른 중요한 일정이 생겨서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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