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쌍둥이 대통령·총리 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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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인 레흐 대통령(左)과 형인 야로스와프 총리 내정자. [바르샤바 로이터=뉴시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총리를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동시에 맡는 전무후무한 일이 폴란드에서 일어나게 됐다. AP통신은 폴란드 집권당인 '법과 정의(PiS)'가 바르샤바 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사임한 카지미에르즈 마르친키에비츠 총리의 후임으로 당 총재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57)를 추천했다고 9일 보도했다.

야로스와프는 현재 폴란드 대통령인 레흐 카친스키의 쌍둥이 형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외모가 똑같은 쌍둥이 형제가 대통령과 총리를 동시에 맡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야로스와프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소속당이 승리해 집권했기 때문에 곧바로 총리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10월 대선에 출마한 동생 레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총리직을 고사했다. 이같이 뜨거운 형제애가 도움이 됐는지 대선 1차 투표에서 2등에 그쳤던 레흐는 결선투표에서 역전극을 펼치며 대통령에 당선했다.

1949년 6월 18일 바르샤바에서 45분 차이로 태어난 이들은 62년 아동 영화 '달을 훔친 둘'에 쌍둥이 형제 배역으로 출연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각각 언론인(형)과 법학 교수(동생)의 길을 걷던 형제는 80년대 말 레흐 바웬사가 이끈 자유노조의 합법화 운동에 함께 참여했다. 공산 정권이 무너진 뒤 처음 열린 89년 총선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하원 의원에 당선했으며 2001년 가톨릭계 보수 정당인 PiS를 창당했다.

대통령인 동생 레흐는 결혼해 딸 한 명을 두고 있으나, 총리로 추천된 형 야로스와프는 결혼하지 않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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