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참사 현장…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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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펑」하는 굉음과 함께 두동강 난 동체에서 솟아오른 불길은 삽시간에 안개 속 트리폴리공항을 아비규환으로 변하게 했다.
기체와 처음 부딪친 지점은 포탄을 맞은 것처럼 깊게 파였고 박살난 주택·기체 잔해들이 어지럽게 널려진 사고 현장은 마치 전장의 폐허를 연상케 했다.

<사고 현장>
중심을 잃고 추락한 사고 기가 지상 장애물과 5∼6차례 부딪친 후 멈춰선 곳은 공항에서 5km쯤 떨어진 농장 부근.
추락 충격으로 두동강 난 기체는 꼬리 부분이 하늘을 향해 치켜든 채 형체는 알아 볼 수 있었고 나머지는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부서졌다.
기체가 처음 부딪친 지점은 4백m 가량의 길이로 길게 패었고 일부 탑승자는 심하게 불에 타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구조>
사고 기가 화염에 휩싸이자 현지 경찰과 공항 관계자들이 즉시 구조 작업에 나서 박살난 기체 안에서 생존자들을 황급히 구출, 트리폴리 시내 센트럴 법원·벵가시루 병원·사라단 병원 등 3개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
구조 단원들은 추락한 비행기가 폭발한 직후 기름 탱크가 추가로 폭발할 가능성에 대비, 소방차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펴면서 생존자를 기체 밖으로 구조했으나 불길이 워낙 거센데다 기체의 상당 부분이 박살나 생존자 구출에 애를 먹었다.
공항 당국은 사고 발생 2시간8분만인 이날 오후 4시15분쯤 (한국 시간) 진화 작업을 끝내고 본격적인 생존자 구출을 폈다.
병원으로 이송된 생존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추락 당시 충격과 불길로 심한 화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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