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장」서 「할아버지」까지 기업총수 호칭 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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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버지 고노스케』-경영의 귀재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마쓰시타 고노스케(송하행지조) 씨가 생전에 종업원들로부터 들었던 애칭이다. 그 만큼 그는 종업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었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기업의 총수들이 회장이라는 딱딱한 표현대신 여러 가지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왕회장」이란 말은 원래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회장을 지칭하던 말이었다. 물론 그룹내에서나 공식적으로는 회장으로 통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왕회장」이라는 호칭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회장이 87년 작고한 이래 이 호칭은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에게로 넘어갔다. 87년경까지만 해도 통상 「명예회장」으로 불리던 정 회장은 어느 틈엔가 「왕회장」 으로 불리게 됐고 지금은 현대그룹내에서 거의 공식화됐다.
현대그룹에서 「회장」의 호칭을 받는 사람은 모두 12명.
정세영 회장은 「그룹회장」으로 불리고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맡고 있는 회사의 이름을 따 「건설회장」(이명박 회장) 「정공회장」(정몽구 회장)등으로 불리며 비상근 회장인 이현태 회장은 직함만 회장일 뿐 「회장」으로 불리지는 않고 종합기획실장 등으로 불린다.
럭키금성그룹의 구자경 회장은 별도의 호칭 없이 그냥 「회장」으로 불린다.
그러나 나머지 부회장 이상은 현대그룹처럼 담당하고 있는 회사의 이름을 따 「전선회장」(허준구 회장) 「석유화학회장」(허신구 회장)등으로 공식 호칭된다. 그러나 부자가 아직 생존해 있는 경우는 재미있는 별칭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경방의 김용완 명예회장은 아들인 김각중 회장과 구분하기 위해 그의 아호를 따「동음회장」으로 불리며 때로는 「노회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각중 회장은 그냥 「회장」이다.
대농그룹의 박룡학 회장이 금년부터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코리아헤럴드만 맡은 이래 그룹내에서는 박 회장을 「큰 회장」그의 아들이며 현재 대농회장인 박영일 회장을 「작은 회장」으로 부른다.
또 동방유량은 신덕균 명예회장도 「큰 회장」으로, 그의 아들이며 동방유량회장인 신명수 회장은 그냥 「회장」으로 불린다.
한편 재계최고의 원로이며 올해 1백세인 이원순 전경련 고문은 「할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유재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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