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찾는 잘츠부르크 음악제|「카라얀」후광 벗고 새 아이디어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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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16일 81세로 타계한 세계적인 지휘자「헤르베르트·폰·카라얀」을 애도하는 검은 조기가 뾰족탑 위에서 펄럭이는 가운데 오스트리아에서는 그가 지난 25년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갈츠부르크 음악제의 「카라얀」이후 향배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음악제를 최소해야 한다는 일부 「카라얀」추종자들의 주장도 있었으나 27일로 예정된 올해의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막을 올린다.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가 공연되는데 「카라얀」을 대신하여 「게으르그·솔티」가 지휘봉을 든다.
사실상 일반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카리스마적 매력의 세계적 거장으로 알려진 「카라얀」은 그의 죽음 전 몇 개월간 잘츠부르크 음악제에 너무나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고 하여 비판받아봤다.
「카라얀」의 빛나는 명성 때문에 그 동안 음악제의 수준저하가 있어도 감추어져 왔다.
『이제 음악제는 새로운 수혈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음악제의 내용은 지나치게 반복적이라 예술세계가 필요로 하는 자극을 주지 못했다』고 음악제 운영위원중의 한사람인 「한스·란데스만」씨는 말했다.
오스트리아 태생인 「카라얀」은 64년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운영위원장이 되면서 지난해 그 직책을 떠날 때까지 레퍼터리를 선정하고 지휘자와 출연진을 고르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었다.
음악제에 현대적인 요소가미를 반대해온 그는 음악제 운영위원장직을 떠난 후에도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 작품이나 출연진이 논의되면 세계음악계에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들어 출연자를 위협하거나 주최측과 출연진을 이간시키는 등으로 음악제를 망치려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음악의 천재인 「카라얀」은 갈츠부르크 음악제의 예술적 수준을 크게 끌어올려 세계 음악팬들의 사랑 받는 연례 여름축제로 만드는데는 성공했으나 최근에는 지나친 전횡과 「모차르트」나 「R·슈트라우스」위주의 현대적인 해석을 도외시한 보수적인 공연으로 공격받아왔다.
「카라얀」의 사망 2주전 갈츠부르크 시당국은 뮌헨 국립오페라 감독 「어거스트·에버닝」과 러셀 오페라수석「제랄드·모티에」를 「카라얀」의 뒤를 이을 음악제 운영위원장후보로 올려놓았다. < 박금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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