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은 「약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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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천사와 인간의 다른 점은 천사는 항상 깨끗하나 발전하는 일이 없는데 반해 인간은 부패한다는 결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발전하고 향상한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현실을 보면 부패가 너무 심해 두렵기까지 하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운명적 말세의 증후군인지 아니면 우리의 삶이 바른 가치관을 따르지 않은 결과인지 가늠하기 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우리 여성들은 어떠한가.
성폭력 등 날로 더해가는 청소년 비행은 어머니의 손길이 부족한 때문은 아닐까. 다른 나라에서는 자녀가 음란만화나 비디오를 보았을 경우 입수경위를 따져 감독을 소홀히 한 이웃 아주머니에게까지 형사처벌을 가할 만큼 모든 부모에게 공동 감호의 책임을 지우고 있음을 생각할 때 우리 어머니들이 제 역할을 다 해내고 있다고 선뜻 자신있게 말하기가 망설여진다.
인신매매 등 「악마의 소행」은 왜 판을 치고 있는가. 세계에서 개인 술 소비량이 꽤 많은 편인 나라의 아내답게(?) 남편의 술주정과 알콜중독 증세에 관대한 탓인지 몰라도 구석구석에 술집이 들어서고 거기에는 수많은 접대부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지 냉정히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고생들이 1일 술집을 차리는 것도 결국 기성세대의 사치와 낭비벽이 원인인 것이다.
가족법 개정을 촉구하고 학교주변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야말로 민주시민의 참 자세라 할만하다. 그러나 교원노조문제로 학교선생님과 정부당국이 정면대결로 치닫고 그 틈바구니에서 자녀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데도 멍하니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바른 어머니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내손이 약손』이라시며 아픈 부위를 쓰다듬어 통증을 가라 앉히는 어머니의 치유적 약손이 마냥 그리운 요즘이다.
김수녕의 신기에 가까운 적중률과 강수연의 몸짓이 세계사람을 감동시켰듯 그 놀라운 한국여성의 역량으로 중재에 나설 순 없는 것일까.
여성들도 문제해결을 위해 「약손」을 뻗쳐야 하는 위급한 시대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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