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강한 축구팀 만든 언론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프랑스 축구대표팀이 독일 월드컵 결승에 올라 1998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자국 언론으로부터 '임종을 앞둔 늙은 수탉'이라는 비아냥을 받던 팀이기에 의외의 결과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프랑스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은 언론의 평가와 상반되는 결과를 낸 경우가 많았다.

"개최국이지만 축구 열강의 들러리 역할이나 하다 말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는 결승에서 브라질을 3-0으로 꺾고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언론으로부터 "예술 축구가 피크에 올랐다. 우승이 유력하다"고 칭송을 받던 2002년 프랑스 팀은 조별리그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1무2패로 탈락했다.

프랑스 기자들은 2002년의 실패는 언론의 직무유기 탓도 크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치 프랑스가 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끊임없이 프랑스 축구팀의 문제점을 물고 늘어졌다. '좋은 게 좋은 것'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경험 때문이다.

프랑스 언론은 돈 많고, 부상이 겁나고, 이미 월드컵 우승을 해 봤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부족했던 프랑스 선수들을 향해 '팀워크가 없다'고 끈질기게 지적했다. 대표팀은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 속에 점점 더 강해졌다.

한국과 같은 G조에 속했던 토고의 예를 보자. 토고 언론이 대통령의 동생인 축구협회장의 전횡과 횡령을 제때 지적해 문제를 해결했다면 토고의 성적은 어땠을까. 네덜란드 언론은 판 바스턴 감독의 선수 시절 명성에 취해 비단 장갑을 끼고 감독을 대했다고 후회하고 있다. 스트라이커 뤼트 판 니스텔루이와 판 바스턴 감독의 불화 등을 확실히 지적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팀이 16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스코틀랜드 신문에다 "한국에서 왕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언론과 밀월관계를 가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언론은 아드보카트에 대해 거의 비판을 하지 않았다. 전임 본프레레에 비해 '잘한다'고 판단한 데다 비판을 했다가 자칫 월드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언론은 2002년 히딩크 감독을 비판했다가 4강에 오르자 축구팬들로부터 많은 욕을 먹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에서는 너무 조심한 것 같다.

그러나 축구든 정치든 언론은 건강한 비판을 해야 한다. 우선 입맛은 쓰지만 건강한 체질을 만든다. 허물을 감춰주는 밀월관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호준 기자 문화스포츠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