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추리극의 긴박감 만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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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MBC-TV 미니시리즈 31번째로 지난주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제오열』은 드라마로서의 「재미」라는 면에서 기존의 비문리적 애정물보다 훨씬 뛰어났다.
TV의 인기를 주도해온 드라마는 과거의 일일연속극에서 주말연속극으로, 다시 최근에는 미니시리즈로 옮겨가고 있다.
『제오열』은 KBS에 드라마 왕좌를 빼앗긴 MBC가 사과방송까지 한 『상처』의 비윤리성을 탈피하면서 재미와 시청률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미니시리즈다.
김성종 원작 추리소설을 드라마화한 『제오열』은 정치와 음모라는 소재에 추리극 형식을 도입, 재미있기 위한 최대공약수를 뽑아냄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드라마시작 전에 나오는 자막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제오열』은 분명히 가상드라마다. 그러나 「가상」이라는 형식을 빌어 일반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면서도 결코 확인할 수 없었던 부분을 마음껏 상상하게 해주는데 그 매력이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가 어떤 보이지 않는 막강한 힘에 의해 좌우되어오지 않았나 하는데 대한 의문이다.
어느 누구도 감히 확인할 수 없는 것을 『제오열』은 마치 「절대적 권력의 지배」가 확인된듯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오랜 궁금증을 털어버린 듯한 후련한 느낌을 준다.
특히 우리의 정치야사를 강력히 보여주는 소재를 엮어 흥미를 끈다. 사건의 발단에서 자살로 위장, 타살된 대기업 비서실장이 유서로 폭로한 정치자금 내용이 나온다. 국회의원과 장·차관 등 권력층이 관련된 이 사건의 수사를 위해 설치된 합동수사본부와 미리 준비된 듯한 진상발표는 의문을 더한다. 정치자금 조성을 위한 증권시장조작, 핵발전소 도입에 따른 정치자금 수수, 일련의 사건전개에 의혹을 품고 극우세력의 등장을 경계하는 논설을 쓴 신문사국장의 납치와 사고위장살해, 그리고 이 모든 음모를 배후조종하는 얼굴없는 목소리의 절대 권력자가 등장한다.
여기에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문살인청부업자를 끌어들이고 정의감에 불타는 한 형사와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여기자가 이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함에 따라 긴박감을 더한다.
무허가 흥신소장으로 나오는 박인환과 남포동의 코믹한 연기도 적절히 조화돼 양념 구실을 하고 있다.

<오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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