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재야도 출마|영등포을 갈수록 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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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경원의원 사건 등 잇단 밀입북사건으로 정국이 공안의 찬바람에 휘말려있는 가운데 영등포을구 재선거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5공의 멍에에 묶여 끌려 다니던 여권이 서의원사건이라는 호재를 맞아 모처럼 주도권을 되찾을 반전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벼르고 있고 창당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평민당 또한 「공안의 늪」에서 탈출할 찬스로 삼으려하고 있어 공안정국의 중간평가전 양상마저 풍기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4당구조에 제동을 걸려는 범야권이 단일후보를 내세워 도전장을 낸데다 선관위 역시 『공명선거토착화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어 영등포재선거에 대한 관심을 더해가고 있다.
○…영등포 재선거의 향배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된 것은 서의원사건.
선거초반만 해도 고전을 각오했던 민정당측은 예상 못 했던 서의원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확실하게 승기를 잡은 것으로 내심 즐거워하고 있다.
가장 강적으로 여겼던 평민당의 이용희후보가 「공안정국」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 때문.
따라서 민정당은 공안정국을 십분 활용하려 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김대중총재에 대한 출두요구서를 계속 보내는 한편 (모당직자는 『열번이라도 보낼 것』이라고 첨언) 검찰의 서의원사건 수사발표를 선거 직전에 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이용희후보측은 서의원사건으로 정부가 평민당을 탄압한다는 측면을 최대한 부각, 선거구내의 24%에 달하는 호남세들을 오히려 똘똘 뭉치게 하는 「되배지기」전법으로 맞서고 있다.
서의원사건으로 인해 민정당과 더불어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기꺼워하고 있는 민주당 이원범후보는 차제에 『평민당은 곤란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야성향표를 자신폭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평민당과 민주당간의「색깔차」를 극구 강조.
공화당 박상웅후보는 「신보수개혁주의」를 표방, 보수회귀의 조짐이 보이는 여론의 흐름을 최대한 활용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등포선거의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한 것이 범야권의 선거 참여 및 후보단일화 결정.
21일 「1노3김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고영구후보를 내세운 범야권은 제도정치권의 폐해 및 기존정치인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의 절실함을 역설함으로써 보수일변도의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기존 4당체제를 『황금분할이 아닌 황금을 분할하고 있는』「동반관계」로 매도, 민정당은 물론 제도권 야당들에도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 이들의 등장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도 평민당 이후보다.
그동안 자랑으로 내세운 선명이미지마저 위협을 받게 돼 버린 평민당은 범야권이 대책위를 구성하고 후보를 내세우자 당과 관련있는 재야인사들을 통해 「압력」을 넣으며 이들의「표밭」잠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평민당은 대책위원 명단이 발표되자 이를 일일이 체크하며 성향을 분석하는 한편 친평민당계인사들을 골라내 『본인 허락없이 이름을 실었다』는 항의성명을 내도록 설득작업을 펴고 있다는 후문.
평민당의 이같은 입장과는 달리 민정·민주당측은 범야권의 참여를 은근히 반기고 있다.민정당측은 우선 「이이제이」라는 측면에서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며 즐거워하고 있고 민주당 이후보도 이용희후보의 표를 분산시킨다는 점 외에 민정당의 부정선거운동 견제 및 투·개표상의 공정성 제고 등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익조」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각 후보들은 현행 선거법상 선거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치열한 당원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민정당의 나후보는 공조직은 자신이 맡고 사조직은 사퇴한 김명섭전의원이 맡도록 역할분담을 한 가운데 그동안 활동장 (동책) 3백35명 및 부활동장(반책) 2천6백여명 등 기간요원을 3천여명 확보했으며 신임당원을 포함, 전당원수가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평민당 이후보도 동책 및 반책 2천9백여명을 포함해 당원수 2만여명을, 민주당 이후보 역시 동책·반책 및 선거소송시 증인1천3백여명 ,신임당원 6천여명확보 등 1만5천명 이상의 「고정표」를 주장하고 있어 세후보의 선거운동원 및 당원수만 합쳐도 전체유권자 17만7천여명의 32%에 달하는 실정.
여기에다 범야권의 고후보가 무소속후보의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추천인 5천명이상, 자원봉사자 수천명의 확보를 장담하고 있고 공화당 박후보도 42개 투표구마다 4백50명정도씩의 당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까지 합치면 유권자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선거운동원 및 당원이 되는 셈이다.
아직까지 선거일이 공고되지 않아 선거유세 등 공식적인 행사를 가질수 없는 관계로 각 후보들도 시장 및 상가순회, 명함돌리기, 경조사참여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경조사의 경우 「성의표시」를 해야 하는 까닭에 경쟁이 치열한데 최근 선거구내 신길동의 K모씨(76) 상가에는 『사망할 것 같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각 후보들로부터 조화가 답지, 그 중 제일 먼저 보내온 모후보측의 조화는 K씨가 숨지기도 전에 도착한 탓에 오히려 유족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등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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