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시간 학교서 생활 한국 학생들 놀라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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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하루 평균 14~15시간씩 학교에서 보낸다니,정말 믿기지 않아요.”

전북 전주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교생실습중인 호주 대학생 아담 바바리(35)씨는 “오전 7~8시에 등교해 밤 10~11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하는 한국 중ㆍ고생들 모습이 신기하다”며 “그 다음날 어떻게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시 모나쉬 대학에서 태솔(외국인을 위한 영어교수법)과정을 이수 중인 그는 동료 대학생 11명과 함께 지난달 19일부터 3주동안 전북지역의 중ㆍ고교에서 교생실습을 하고 있다.수업은 한국인 영어교사와 2인 1조가 되어 함께 진행했다.

7일 마지막 수업을 마친 이들 호주인 교생들이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느낀바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호주인 교생들은 “한국 학생들이 다른나라 아이들보다 교사들의 말을 잘 듣고 훨씬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애국심이나 애교심도 높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스테파니 그란트(23ㆍ여)씨는 “한국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배움에 대한 동기가 분명해 교사들이 가르쳐 주는 지식을 적극적으로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4시까지 하루 6~7시간 정도 수업을 하는 호주학생들보다 공부 시간이 배나 많은데, 실제 성적도 그 만큼 높은 지는 의문”이라고 덧 붙였다.

호주인 교생들은 특히 한국 학교 현장에서 진행되는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은 듯 여러 비판을 쏟아냈다.

정읍시내 중학교서 교생실습을 한 미코 푸누사미(28)씨는 “한국의 중ㆍ고교 영어 교육이 ‘번역 철학’에 갇혀 있다”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수업 시간이 그저 교실에 앉아 교과서를 읽고 해석하면서 문법을 배우는데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어를 반드시 문법에 맞춰 구사하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말하기 능력을 키우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언어는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의사 소통 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주어ㆍ동사ㆍ형용사 등을 따지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호주인 교생들은 영화를 효율적으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교실 책상위 수업에서 벗어나 몇명씩 팀을 짜 일정한 주제를 정해 스스로 자료를 찾아 와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는 등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쇼핑,음식점 등 상황을 설정한 역할극(roll playing)수업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또 학생들에게는 인터넷이나 TVㆍ 팝송 ㆍ만화책 등을 활용하는 것도 영어실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추천했다.

호주인 교생들은 한국 교육제도가 입시 위주로 짜여진 커리큘럼에 묶여 다양한 학습보다는 무조건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시험 치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코씨는 “밤 10~11시까지 학원 등을 다니면서 공부에 얽매인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워다”며 “공부에만 묶지 말고 방과 후 시간에는 아이들이 자신들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주입식 공부가 결국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빼앗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호주인 교생들은 “수업을 하러 교실에 갈 때마다 학생들이 박수치고 소리를 지르면서 환대해 주는가 하면 점심시간마다 빠짐없이 찾아와 식당을 안내 하는 친절을 맛 봤다”며 “3주간의 교생실습이 잊지못할 즐거운 추억이었다”며 말했다.또 틈틈히 시간을 내 둘러본 사찰ㆍ고성 등에서 한국 문화의 전통과 심오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한편 호주 대학생들의 교생실습은 영어수업 활성화와 학생들에 대한 원어민 체험기회 확대를 위해 전북도교육청이 처음으로 실시했다.김효숙 장학사는 “일선학교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반응이 매우 좋아 내년부터는 호주 대학생 교생 실습 인원을 크게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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