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트라우마… 증권사 ‘부동산 PF’ 쏠림에 제동 건 금융당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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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오른쪽 두번째)이 17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열린 '제2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오른쪽 두번째)이 17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열린 '제2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금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수료율이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짭짤한 수익을 낸다. 이에 부동산 PF로의 지나친 쏠림현상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17일 관계 기관과 ‘제2차 거시건전성 분석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PF 건전성 관리방안을 논의했다. 비은행권, 특히 증권사 중심으로 급증한 부동산 PF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25조8000억원이다. 2013년(12조1000억원)의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 대부분인 24조1000억원을 증권사가 맡았다. 시행사는 아파트 착공 전 PF 대출을 받아 분양대금으로 상환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유사시 빚을 대신 갚아주기로 보증을 서고 수수료를 챙긴다. 2013년 이전엔 주로 시공사가 하던 역할이었다. 이후 대형 건설사들이 채무보증에서 발을 빼면서 최근엔 증권사가 도맡아 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PF 채무보증 영업을 늘리는 건 수수료가 짭짤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수수료율은 3~4%에 달한다. 전통적인 증권사 수익원인 기업공개(0.63%)나 유상증자(0.39%)보다도 훨씬 높다. 특히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가 이 시장을 주도한다. 대형사는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되기 위해 증자 등으로 자본을 대거 확충했는데 이를 단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PF에 투자하고 있다. 덕분에 올 1분기 주식시장 약세에도 증권사들은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문제는 국내 부동산 시장, 특히 지방은 하강징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은 고위험·고수익의 매입 확약 형태가 많다. 미분양으로 시행사가 부도나기라도 하면 증권사가 고스란히 채무를 떠안아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3월 낸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하강위험이 커지면서 증권사의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겪은 금융당국은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증권사 부동산 PF는 과거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했던 브릿지론(착공·인허가 전 토지매입 자금 대출)과는 구조가 다르긴 하다. 인허가가 완료되거나 착공 후 대출만 취급해 위험은 덜하다. 하지만 부동산으로의 지나친 쏠림이라는 점에선 금융회사 건전성엔 위험요인이닥.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은 17일 협의회에서  “부동산 PF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자본적정성·유동성이 부족한 ‘요주의 금융회사’를 선별해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종합관리시스템을 올 하반기 중 구축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부동산PF를 포함한 전 금융권 부동산금융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뜻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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