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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사퇴요구 일축하며 당권파 중심 당직 인선 강행할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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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바른정당계·안철수계의 사퇴요구에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애서 면담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애서 면담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손 대표는 1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원내대표 선거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하며 선출된 오신환 원내대표가 ‘손학규 사퇴론’을 공식화하자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손 대표는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 대표를 뽑는 선거였지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었다. 저는 공당 대표로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계속 실천해 나갈 것”이라며 “당이 수구 보수세력의 손에 허망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정치적 명운을 걸고 당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면 계속 전진하라’는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하며 “천길 낭떠러지 앞에서 나를 죽이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살리겠단 각오로 나섰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외부인사와 일반 국민을 중심으로 한 혁신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면서 “전권을 부여한 혁신위 성과를 바탕으로 총선전략기획단을 발동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 원내대표 당선과 권은희 의원의 사퇴 등으로 공석인 사무총장‧정책위의장‧수석대변인 등 당직에 대해선 “당헌당규에 따라서 최고위원들과 협의해 할 것”이라며 임명 강행을 시사했다. 손 대표는 17일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채이배(정책위의장)‧임재훈(사무총장)‧최도자(수석대변인) 의원 등 국민의당계 비례대표 3인을 인선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사퇴 요구를 이어가겠다고 맞섰다. 손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대표실에서 오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를 어떤 방식, 어떤 절차로 할지는 일방적으로 만들 수 없다”며 “의원단 워크숍을 열어 혁신위를 포함한 여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은 이달 내에 의원단 워크숍을 추진해 손 대표의 사퇴에 대한 의견을 모으겠단 방침이다.

손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면서 당분간 ‘바른정당계+안철수계’와 당권파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당연직 최고위원인 오 원내대표와 보궐선거 이후 최고위에 불참해 온 바른정당계 3인(하태경‧이준석‧권은희), 안철수계 김수민 청년최고위원 등 5명은 손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정책위의장이 당권파로 임명되면 손 대표‧지명직 최고위원 2명(주승용‧문병호)과 함께 4명이 당권파가 된다. 최고위에 불참해 온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도 복귀하면 공개 회의 석상에서 설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짐이 곧 당’이라는 건가. 루이14세, 북한 수령이 연상된다”며 “당 자강‧화합‧혁신의 유일한 길은 손 대표 사퇴”라고 주장했다.

새로 선출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5일 국회에서 손학규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함께 손을 들어 자축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새로 선출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5일 국회에서 손학규 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함께 손을 들어 자축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반면 당권파에선 명예롭게 물러날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애초부터 가을에 복귀할 안철수 전 대표의 연착륙 발판을 만들어주고 물러나려고 했다”며 “그런데 공약으로 ‘손학규 사퇴’를 내건 오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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