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선, 우파 재집권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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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의 한 투표소에서 5일 연방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정당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AP=연합뉴스]

멕시코 대선 재검표에서 우파인 집권 국민행동당(PAN)의 펠리페 칼데론(44) 후보가 초박빙의 혼전 끝에 당선이 유력해졌다.

현지시간으로 5일 오전부터 꼬박 24시간 계속된 재검표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칼데론 후보는 좌파인 민주혁명당(PRD)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불과 0.3%포인트의 미세한 표차로 앞섰다. 하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즉각 불복을 선언, 대규모 항의 시위를 열겠다고 밝혀 멕시코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 반전에 반전 거듭=6일 오전 재검표가 99.2%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칼데론 후보는 35.77%,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35.42%의 득표율을 보였다. 재검표 과정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개표 초기 약 2.5%포인트 앞서며 종반까지 시종 근소한 차이로 칼데론 후보를 앞서갔다.

예비 개표 결과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자 선관위 건물 앞에는 좌파 지지자들이 속속 집결,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좌파 집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멕시코 증권거래소의 주가는 장중 한때 4% 가까이 급락했다.

그러나 종반으로 가면서 두 후보 간 표차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재검표율이 97%에 이른 시점에서 급기야 칼데론 후보가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우파의 표밭인 멕시코 북부와 서부지역의 검표가 막판에 집중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직후 7200여 개 투표소에서 표본을 추출, 1차로 표본 개표를 실시하고 이후 예비 개표를 2차로 실시했다. 예비 개표에서 칼데론 후보는 1%포인트가량 앞섰으나 오차범위를 넘지 못해 재검표까지 가는 피 말리는 승부를 벌였다.

남미'좌파 도미노'가 멕시코까지 휩쓸 것을 우려해 온 미국은 일단 안도하고 있다. '멕시코의 차베스'로 불리는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대통령에 당선할 경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반면 하버드대 석사 출신인 칼데론은 비센테 폭스 현 대통령의 시장개방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 혼란은 계속=이번 대선은 멕시코 선거 역사상 가장 적은 표차의 승부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2000년 부시와 고어가 맞붙은 미국 대선에 비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플로리다주 투표 결과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5주 가까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재검표에도 문제가 있다며 전체 4200만여 표를 일일이 다시 개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선거재판소는 9월 초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돼 있어 적어도 2개월간은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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