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문화 바른 정착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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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호텔·유흥업소·미용실 등 일부 업소에서 주고받던 팁이 점차 일상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많아 바른 관습의 정착이 요망된다.
소비 풍조의 만연과 함께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팁은 파출부·파출 요리사·간병인등 가정 서비스 일손을 중심으로 불고기나 갈비를 구워주는 대중 음식점·택시 등 3차 산업 전반으로 퍼져가고 있다.
팁이 존재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에서 팁을 은근히 강요하는 사례가 늘어감에 따라 주는 족이나 받는 쪽 모두 혼선을 빚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갈등을 빚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6월초 자동차 정기 검사 대행을 시켰던 황경아 씨(35·여·회사원·서울 도곡동)는 『영수증에 대행료 2만3천5백 원이 분명히 기록돼 있었지만 직장까지 차를 가져다 준 사람이 요금 지불 후 바로 거스름돈을 돌려주지 않고 은근히 팁을 바라는 눈치여서 몹시 곤혹스러웠다』며『어떤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부인이 법원에 입원하게돼 간병인을 고용했던 손용호 씨(B·회사원·서울 정능동)는『계약 당시 일당이 1만2천 원이라는 얘기만 해놓고 점차 점심 값·저녁 값도 따로 줘야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정해진 식사대금은 없으니 알아서 달라는 통에 난감하다 못해 화가 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주부 조영주 씨(34·서울 역삼동)도『집안에 일손이 필요해 인근 부녀회에서 파출부를 불렀는데 일당이 8천 원으로 책정돼있는데도「기본이 1만원이고 따로 또 생각해주셔야 한다」고해 그렇게는 할 수 없어 그냥 돌려보냈다』며 부당한 팁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한시 바삐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팁을 주는 이들의 마구잡이 식 씀씀이도 문제.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한 중형 택시 운전사는『저녁 7시쯤 출근하는 유흥업소의 아가씨들은 미터요금이 5천 원도 안 되는데 1만원을 건네주곤 해 택시기사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들려주고『그러나 내 경우는 이런 손님을 만나면 불로소득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찜찜해진다』고 말했다.
김용희 박사(소비자 경제학)는『팁은 나라에 따라 주기도 하고 안주기도 한다』면서『우리 나라의 경우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저하됨에 따라 고용인들이 보상심리에서 팁을 요구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
한편 이연택 교수(한양대·관광학)는 팁의 본래 목적은「감사표시」에 있다』고 규정하고『임금에 포함돼있는 수고비(근로비)의 개념과 팁의 개념이 혼동돼있어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수고비는 약관으로 정확히 책정돼야하며 감사의 표시인 팁은 지나치지 않는 선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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