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신혼의 충만감 만월에 비유 |『장미』자신을 지키는 아픔을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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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양의 시가 대개 동적인 제재를 취하고 있다면 동양의 시는 정적인 소재를 많이 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정적 소재 가운데서도 식물성적인 소재가 소재원을 이루며 한국 시, 특히 시조에 있어서 꽃이라든가 나무·산 등은 주된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적 오브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모든 시적 대상(사물)은 그것이 동적이든, 정적이든 언제나 거기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인의 눈에 어떻게 띄며 어떻게 형상화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이범옥의『맨드라미』는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그리고 그렇게 아름답고 귀히 여기는 꽃도 아니다. 그러나 작자는 맨드라미꽃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한때의 모습을 신혼의 흥분으로 받아들여 만월로 떠올리고 있다. 생명이 있는 것 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임철기의 「장미」는 그 꽃말 자체가 사랑이며 열정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꽃도 가시를 지니고 있고 「바이런」은 그 가시에 찔려 줄었다던가? 하지만 그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름다움(자신)을 지키는 어려움으로부터 이 시조는 착상된 작품이다.
하늘을 향해 뻗쳐오르고 싶은 그 생명력도 결국은 눈물 떨구는 사랑으로서 낙화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사랑이며 생명이 아니겠는가.
김덕율의 「해바라기」는 오뉴월 뙤약볕에 몸과 마음을 다 태우며 사는 삶의 모습을 비유한 시조로 리얼리티를 얻고 있다.
강진형의 「어느 산사에서」는 시원함을 주는 시조다. <김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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