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대통령 속앓이라고? 국민들은 속으로 천불이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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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인사는 만사라 했다. 기업을 경영하든 조직을 관리하든 유능한 인재를 적재 적소에 배치하여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활용하는 것이야 말로 경영자나 인사권자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성공한 기업이나 앞서나가는 조직에는 구성원의 능력과 성향을 정확히 판단하여 활용하는 이런 유능한 CEO가 반드시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통령은 어떤가?

개각은 없다던 정부가 갑자기 단행한 이번 7.3 부분 개각은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국민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노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표로서 분명하게 표현했었다. 지역적 정서를 등에 업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여당이 전국에서 거의 전멸하다시피한 지방선거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대통령은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일까? 국민은 현 정권의 좌파적 정책을 혹독하게 질타한 것이다. 가진자에게 거두어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복지국가의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을 국민들은 분명하게 거부한 것이다. 특정지역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비판 언론에 선전포고나 하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표로서 보여준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국들은 21세기의 주류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우리는 지난 3년반동안 과거사 청산이니 수도 이전이니 하면서 세월만 허송하였다. 실체도 없는 허망한 개혁타령으로 보낸 집권 3년 반 동안 이 정권은 대체 무얼 했는가? 그저 해놓은 것이라고는 국민을 편가르고 이태백을 넘어 이구백이 회자될 만큼 경제를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뜨렸으며, 부동산 투기 잡겠다고 세금폭탄으로 국민을 향해 융단폭격이나 가하는 것이 이정부가 해놓은 업적의 전부일 뿐이다. 이러다가는 동북아의 중심은 커녕 변방에 조차 머물러 있기 힘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이미 우리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한지 오래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였다면 결과를 반성하고 과정에서의 자신들의 과오를 돌아 보아야 하는 것이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도리이고 의무이다. 그런데 우리의 노대통령은 반성은 커녕 오히려 국민들에게 반감을 가지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정책 실패의 주역인 김병준 같은 사람을 교육수장으로 앉히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3개월에 3번이나 승진시키면서까지 경제부총리로 기용하려 할 수 있을 것인가? 인사에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이번 인사가 그런 보편적인 기준과 원칙을 지켜서 하는 것인가?

행여 실직하고 무위도식할 동지의 처지가 안타까워 교육부총리 자리라도 주어 택호나 바꾸어 주려는 인사가 아니라면 이번 인사는 심히 부당하고 잘못된 인사이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교육부총리 내정자 만이라도 내정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국민의 참여를 기치로 내건 정권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문제있는' 사람을 기어이 그 자리에 앉히려 하는 것은 소신이 아니라 오기로 비쳐질 뿐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오기를 부려서는 안된다. 국민이 원하면 그에 따르는 것이 대통령의 소임이다. 자신과 뜻이 통하는 동지 한사람을 지키는 것 만이 의리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한 사람과의 인연에 얽매여 자신을 그 자리에 올려준 국민들의 뜻을 거역한다면 그것은 더 큰 의리를 저버리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참여 정부에는 그렇게 인재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인재가 3.86 참모들 밖에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기재들을 모두 제쳐두고 오직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측근들만 기용하는 것이 개혁이고 민주적인 인사라고 우리에게 믿으라 할 것인가?

1년 남짓 남은 임기동안 아직도 챙겨 주어야 할 동지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이라도 좀 제대로 된 인사를 할 수 는 없을까?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사권 행사를 비판하는 언론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개각때 마다 코드와 보은 인사를 지켜보아야 하는 우리 국민들의 속에서는 '천불'이 난다.

오죽하면 지금이야 말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때라는 말이 나올까?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대통령의 임기가 오늘 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이제 이 정권엔 더이상 버릴 기대도 남아있지 않다. 세월이 가기만 기다릴 밖에...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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