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피 감독 '히딩크 마법' 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우리가 경기를 지배했다. 그런 우리에게 승부차기는 부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막판에 몇 가지 모험을 걸었다." 5일(한국시간) 도르트문트에서 벌어진 독일과 이탈리아의 독일 월드컵 4강전.

마르첼로 리피(사진) 이탈리아 감독은 경기 막판 공격수의 수를 크게 늘리는 '도박' 같은 용병술을 펼쳤다. 후반 29분 루카 토니(1m93㎝)를 빼고 알베르토 질라르디노(1m85㎝)를 투입했다. 높이는 조금 낮아졌지만 발은 빨라졌다. 연장전 시작과 함께 미드필더 마우로 카모라네시를 빼고 공격수 빈첸초 아이퀸타를, 연장 전반 13분에는 역시 미드필더 시모네 페로타 대신 공격수 델피에로를 경기에 투입했다. 거스 히딩크 호주 감독을 통해 종종 봐 왔던 극단적인 공격 전술.

연장전에서 이탈리아는 두 차례나 골대를 맞히는 등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연장 종료 1분을 앞두고 그로소의 발을 떠난 공이 독일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반격에 나선 독일의 뒷문은 헐거워졌고 델피에로가 마음껏 치고 들어가 추가골을 넣었다.

경기가 승부차기까지 갔다면 이탈리아에 유리할 게 없었다. 이탈리아는 역대 월드컵 세 차례 승부차기에서 모두 패했고, 독일은 네 차례 승부차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던 이탈리아는 16년 전의 역사를 완벽하게 되돌려 줄 기회를 잡게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탈리아는 월드컵 무대에서 독일전 무패 기록(2승2무)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독일은 도르트문트에서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13승1무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한국이 중국을 만나면 늘 그렇듯' 독일을 제압하고 불패 신화를 이어갔고, 독일의 도르트문트 불패 신화는 막을 내렸다. 리피 감독은 "우리가 독일보다 높은 수준의 경기를 했다. 독일은 이날의 패배에 불평할 게 없다"며 "누가 결승에 올라오더라도 상관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