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씨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 재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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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용철 기자

"월드컵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밤을 꼬박 새느라…. 대신 제가 점심은 맛있게 쏠게요. 호호~."

인터뷰 시간은 오전 11시30분. 그녀는 약속보다 40분이나 늦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댈 수 있건만, 뻔뻔(?)하게 늦은 이유를 사실대로 밝혔다. 머리를 손질한 티도 없었고 의상은 흰색 바지에 꽃무늬 블라우스. 사진 촬영에도 신경 쓴 눈치가 아니었다. "어제 뮤지컬 ○○보셨어요? 전 너무 가볍던데, 그렇게 만들고서 돈 비싸게 받아도 되나 몰라. 그런데 이런 얘기 딴 데 가서 하는 거 아니죠."

너무 솔직해 걱정스런 그녀는 바로 연극 배우 김성녀(56.사진)씨다. 어느새 50대 중반을 넘었건만 고운 피부만큼 성격도 소녀처럼 꾸밈이 없었다. 지난해 무대에 올린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을 다시 공연한다. 6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다. 연기 생활 30년 만에 첫 모노드라마였지만 '벽 속의 요정'은 지난해 상이란 상은 몽땅 휩쓸 만큼 호평을 받았다. 올해의 예술상, 평론가 선정 우수연극 베스트 3, 동아연극상 연기상 등이다. "모노드라마의 진수"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1인 30역을 해요. 해방 후 좌우익의 이념 대립 등 우리 역사의 굴곡을 담아내면서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리죠. 보고 난 관객들이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고 있다'라고 말하던데요."

김씨는 마당놀이로 유명한 극단 미추의 대표이자 연출자 손진책(59)씨의 아내다. 그녀는 최근 두 달 정도 뜻하지 않게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중앙대 국악대 음악극과 교수이기도 한 그녀가 '시김새로 배우는 우리 민요'란 대학 교재를 쓰느라 생긴 일이다.경기도 양주에 있는 집을 떠나 대학 부근에서 기거하고 있다. "우리 부부 원래 서로를 별로 구속하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떠나 있는게 섭섭한지 그 양반(손진책) 어제는 안부 전화를 다 해오던데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아무리 바가지 긁어도 없으니깐 불편하지.'"

'미추 안방 마님'이란 별칭과 달리 그녀는 자신을 '미추의 영원한 야당'이라고 말한다. "연극 극단의 속성상 대표에 의해 너무 휘둘릴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전 갈등이 있을 때마다 남편이 아닌 배우들 편에 서요. 사적으로야 부인이지만 공적으론 저도 엄연히 배우니깐요."

'벽 속의 요정'은 공연 시간도 2시간이 넘지만 연기와 노래(12곡)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노래하기 부담스럽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더니 그녀가 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머, 제가 뮤지컬 시상식에서 '7인의 신부'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걸 모르시는군요. 대구에서 공연할 땐 1500석 규모의 대극장을 저 혼자서 꽉 채웠다구요. 지금도 음반 취입하자는 제의를 받는데…. 궁금하시면 꼭 보러 오세요." 02-747-5161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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