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 오빠가 사장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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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기업체의 기밀서류를 빼내 사장이 많은 부동산을 갖고 있다는 약점을 잡고사장을 협박, 1억5천만 원을 요구하던 30대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3일 대림요업 이부용 사장(45)을『세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돈을 벌어 전국에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것을 폭로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하며 1억5천만 원을 요구한 김영호 (31·인천시구월동주공아파트122동) 김찬호(34·서울주교동 7) 씨 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서울 합정동에서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김영호씨는 지난 1월 이 회사 부사장실 비서로 있던 여동생 (27)이 회사에서 갖고 나온 기밀서류 중 이사장 소유의 부동산명세서를 빼내 이삿짐센터 종업원이던 김찬호씨와 함께 4월부터 2개월 동안 부동산이 위치한 서울·강원· 경기·충북 등을 찾아다니며 등기부등본을 떼고 사진을 찍어 6월17일 사진과 협박편지를 이사장에게 보내고 1억5천만 원을 요구한 혐의다.
이들이 보낸 협박편지에는 이사장 소유인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소재 임야 등 36필지와 금정동 소재 14필지, 강원도·경기도일대의 별장·목장 등 70여건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사진 등이 들어있었다.
이들은 협박편지에서 자신들을 「한국조사협회」라고 밝힌 뒤 『이사장이 세무원에게 뇌물을 주어 치부한 사실을 타 기관이나 측근에게 알려 여론화시키겠다』며 3개 은행 온라인 구좌에 각각 5천만 원 씩 분산 입금시키도록 요구했었다.
이사장이 돈을 입금시키지 않자 이들은 지난 6일 서울을지로 모 다방에서 이사장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부산세무서에서 부동산 서류를 갖고 왔다』며 협박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비서로 있으면서 서류를 유출한 김영호씨의 동생 김 모양은 경찰에서 『이사장의 부동산 명세서는 은행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회사에서 1년에 한번씩 서류를 소각, 폐기하는 것을 폐지로 쓰기 위해 집에 갖다 놓았는데 오빠가 몰래 빼간 것 같다』고 진술했다.
김 양은 S여대를 졸업하고 86년4월부터 친지의 소개로 대림요업 부사장실 비서로 일하다 5월1일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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