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도 낙관 어렵다 |5월중 경제동향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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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기가 계속 하향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의 경기변동패턴으로 미루어보면 이미 바닥 권에 진입, 회복기미를 보일 만도 한데, 성장·수출의 둔화, 물가 불안, 노사분규로 인한 거액의 생산·수출차질 등 상반기 내내 우리경제를 괴롭혔던 여러 가지 상황이 하반기 이후에도 완전히 가실 기미가 없다.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5월중경제동향을 보면 국내경기는 작년2월을 정점으로 하강국면으로 반전, 15개월 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5월에는 경기순환을 나타내는 동행지수순환 변동치가 4월의 94· 9에서 94·4로 하락, 작년 9월 이후로는 연 9개월 째 수직침체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 지금의 경기침체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언제쯤 불황의 터널을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도 지난봄까지의 낙관론을 버리고 경제가 위기국면이라는 인식은 기업과 같이하고있다. 그러나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향후 경기에 대해선 정부는 물론 누구도 자신 있는 전망을 못하는 상황이다.
우선 최근의 경기지표를 읽어보면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경기가 다소 회복기대를 갖게 하는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경기선행지수가 5월중 0·8% 상승, 4월 이후 3개월 째 증가추세를 보였고 동행지수 역시 0·1%가 상승, 작년11월 이후 모처럼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중에는 또 노사분규가 진정되면서 산업생산도 늘고 건축허가면적, 민간소비도 호조를 지속하고있다.
그러나 이를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속단하기는 힘들다. 우선 수출선행지표인 신용장 내도 액이 5월중엔14·7%가 늘긴 했으나 6월중엔 2·1%증가로 다시 둔화됐고 건축허가 면적 역시 전체적으로 29·1%가 증가했으나 막상 중요한 제조업만큼은 28·4%가 감소, 내용 면에서 불안한 양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기불황은 크게▲학생소요 (71년) ▲10· 26사태 (79년) 등 정치사회불안▲유가하락 및 세계경제둔화 (75년, 80년)▲과열경기와 물가불안에 따른 경기 진정책 (80년, 85년) 이 주 이유를 이뤄왔고 이것이 수출둔화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해 설비투자부진→성장둔화→수요감축→생산위축으로 이어져 왔던 게 사실이다.
경기가 회복을 보이려면 수출확대, 설비투자증대, 제조업의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야한다. 시점에서도 경기회복의 관건은▲투자마인드의 회복▲수출 신장세회복 ▲정치사회안정이 어떻게 이룩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기업의 투자마인드측면을 보면 경기불투명으로 기업들은 설비 및 신규투자의 시점을 유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점은 기업단기저축이 최근에 대폭 급증한 것으로도 입증되고있다. 여기에 수출 역시 지난3년간의 임금인상, 원 화 절상으로 약화된 경쟁력이 단기간에 회복되리라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말하자면 수출증대→투자수익성증대→투자호조→고용증대 라는 순환고리가 생겨야 하는데 아직 이러한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내구소비재를 중심으로 내수가 늘고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도 투자마인드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태고 우리의 시장규모로 보아 기대하기도 어렵다.
7O년 이후 경기변동을 보면 평균2·6년을 주기로 수축·확장국면을 반복했고 경기확장 기는 평균22개월, 수축기는 평균16개월로 최장21개월(70년7월∼72년3월)최저11개월(76년7월∼77년5월) 을 나타냈었다. 이번 경기하강국면이 작년2월부터 시작됐으니까 평균으로 치면 지금쯤, 최장으로 보면 적어도 연말에는 경기가 회복기미에 돌아서야 한다는 추측이 나올 수가 있다.
이 같은 순환론적 입장이 아니더라도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수출 차질이 앞으로 줄어든다는 예측만으로도 하반기경기는 상반기보다 나아지리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또 정부도하반기이후 경제정책을 한자리숫자로 대표되는 안정기조회복에 두고있지만, 환율의 안정운용· 임시투자세액 공제제· 무역어음제도입 등 투자·수출촉진 책도 병행투약을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수출의 경쟁력 회복이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고 내수 역시 과소비억제 정책으로 다소 제동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면 결국 현재로선 향후 경기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오히려 경기하강국면이 상당히 장기화될 가능성도배제하기 어렵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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